다양한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잠시 멀리했던 취미가 있다. 뭔가 대단해서 '이렇다' 내세울 만한 것들은 아니다. I 성향인지라 주로 혼자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한다. 바로 '음악 감상'과 '유튜브 영상 보기'.
한동안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서 거의 평생 즐겨하던 '음악 감상'조차 멀리했었다. 물론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든가, 출퇴근을 하면서 음악을 틀어놓는 정도는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산책을 하면서 이어폰을 꽂는다든가, 따로 시간을 내어서 음악을 듣지는 않았었다. 대신 그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생각하고 사진을 찍으며 열심히 글쓰기의 글감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음악을 듣던 그동안의 시간 동안 내가 책을 읽었다면, 글쓰기를 했었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쌓여 있을까 안타까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다. 매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려고 했던 성시경 연말 공연을 포기하면서부터였다. 내가 포기했지만 내 마음은 간사하기 짝이 없었다. 막상 성시경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유튜브 영상을 찾게 되었고, 그래서 또다시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크리스마스 캐럴도 듣고 있다. 음악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고, 또 노래와 노랫말에 얽힌 나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있다. 무조건 한 가지 방법이 전부가 아님을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았는데 막상 나의 삶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래 들을 시간에 책 한쪽이라도 더 읽자" 한동안 그 마음으로 살았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좀 극단적인 데가 있다. 딱히 분명한 의견이 없어서 웬만한 일에는 '그냥 전 다 좋아요.'라고 말하는 나인데, 어느 부분에서는 나도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로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 순간순간 나에게 놀랄 때도 참 많다. 가끔은 내가 무섭다.
요즘 유튜브 "Deep" 채널에 빠져 있다. 드라마와 코미디 중간 어디쯤의 장르인데 아주 꿀잼이다. 채널은 꽤 오래전부터 운영된 것 같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아주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도 주연급 세 배우의 연기 실력이 수준급이다. TV 드라마를 본 지 꽤 오래됐지만, 요즘 드라마 내용은 내가 아는 세상과는 너무도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하면 Deep 채널의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을 아주 유쾌하게 끌어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적어도 나-을(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들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영상을 보고 있을 때면 현실에서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심지어 세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 밝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내가 즐겨 듣던 노래를 다시 재생해 보는 시간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도 나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유튜브 영상이라고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너무 과하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즐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 더군다나 주로 집순이인 나에게는 영상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고 말이다. 한 면을 파고드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다른 면을 모두 거부하는, 순간순간 극단적으로 변해 버리는 나의 성향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요즘 나는 글쓰기에 어느 정도 정착한 것 같다. 내가 남기는 것들이 가치가 있든 없든 글을 남김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걸 글로 남기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이다. 금요일 퇴근길에 달 사진을 찍으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글로 남길까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 순간엔 내가 너무 무서웠다. 이 상태가 지속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나는 어느 순간 또 나가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될 것이다. 여태껏 살아온 나의 성향이 그랬다. 다행인 건 항상 무언가에는 빠져 있는 편이다. 그건 나의 가장 가까운 벗이 인정해 줬다.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고 싶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쉽게 싫증 내고, 쉽게 관심 분야를 바꾸더라도 적어도 내가 무언가에 빠져 있는 그 시간만큼은 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고, 또 아주 미약하더라도 나에게 보탬이 될 거라 굳게 믿는다. 나이가 먹을수록 에너지는 없어질 테지만 그 와중에도 나의 에너지에 맞게 무언가에 흠뻑 빠져 살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노래와 가사말에 남긴다. Deep 채널의 세 배우들은 영상의 내용을 생각하며 코믹 요소를 가미하는 것에 자신들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리고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만들어 간다. 잠시 동안 편협했던 나의 생각을 반성하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오늘의 기록을 남겨 본다.
(소곤소곤) 근데 그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과정을 글로 남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하. 이 정도면 미쳐 있는 거 맞을까? : ) 이런 나를 너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