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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끄적끄적

에디터 님께 픽 당했습니다

찬찬히 꾸며 보겠습니다

by 글꽃향기


2025년 1월 10일 (금) 18시, 마흔한 번째 글을 발행했다. 2024년 8월 25일 첫 글을 발행했으니 만 4개월이 지났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 승인 메일을 받고 방방 뛰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 여기서 맘껏 글 써 봐!' 누군가 나만의 어여쁜 놀이터를 마련해 준 것 같았다.




선배 작가님들의 서재를 들락날락하면서 몰래 글만 읽고 도망치기도 했고, 조금 용기 내어 소심하게 '라이킷'도 눌러 보았다. 그럴 때마다 작가님들은 답방을 와 주셨고, 몇 개 되지도 않는 글에 따뜻한 덧글을 남겨 주시기도 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브런치북'이란 걸 만들었었다. 작가가 되었으면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해야지! 엄청난 포부를 갖고 한꺼번에 그것도 두 개나! 한곳에는 그동안 모아둔 글을 여러 번 읽어 보고 수정해서 올리기 위해, 다른 곳에는 새로운 글을 한 편씩 쓰기 위해서 말이다. '글을 잘 써야 해!'라는 허황된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버리고 온 지 좀 됐다. 그냥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에 홀딱 빠져서 마냥 행복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의 브런치북 속에는 일관성이 없는, 그저 마구마구 내 맘대로 쓴 글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말로 ‘현타’가 와 버린 것이다.




'브런치 북'으로 글을 발행하면 브런치 메인 화면에 뜬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부담스러웠다. 내가 구독하고 있지 않은, 나를 구독하고 있지 않은 작가님들이 내 글을 보러 와 주셨는데 그 경로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발행'버튼 누르기에 심취해서 다른 메뉴를 살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브런치북 하나는 '그동안 써 놓은 글'이라는 나만의 기준으로 남겨 두었고, 뒤죽박죽 일기 같은 글이 담겨 있는 브런치북은 눈물을 머금고 삭제했다. 브런치북을 삭제하면 글이 다 사라지는 줄 알고 블로그 비밀 폴더에 퍼다 나르고, 혹시 몰라 문서로 따로 저장해 놓고 난리를 쳤더랬다. -다행히 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쓴 글을 주제 별로 나누어 '매거진'을 만들었다. 혹시나 글이 아주 많이 쌓인다면 그때 일일이 주제별로 나누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푼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매거진'을 만들고 나니 오히려 글을 쓰기가 편해졌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오시는지 초면인 작가님들도 '라이킷'을 눌러 주고 가셨다. 그 경로는 어찌 되는 건지 아직도 모른다.





브런치 메인 화면의 '요즘 뜨는 브런치북', '오늘의 작가', '브런치스토리 인기글'에 올라있는 작가님들이 너무 부러웠다. 구독자 수가 엄청나거나, 덧글이 어마무시하거나, 작가명 옆에 빛나는 "S " 배지를 달고 있는 작가님들에게 샘도 났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글을 읽다 보면 나의 눈동자는 어느새 끝 문장에 이르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시기와 질투는 잠시였을 뿐 나는 다시 내 서재에 홀딱 빠져 들었다. 쓰면서 내 맘을 훌훌 털어놓았기에 제목만 보아도 후련해지는 글이 있었고, '내가 이런 글을 왜 올렸지?' 생각하며 빨리 아래쪽으로 밀어 버리고 싶은 글도 있었다. 하지만 글이 한 편씩 쌓여 갈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과 행복함이 내 맘을 포근하게 덮어주고 있었다.



글을 발행한 후에 나에게 도착하는 다정한 알림



"** 님이 라이킷 했습니다."

"라이킷 수가 00을 돌파했습니다"




글을 올렸다고 찾아와 주시는 구독자 작가님, 어떤 경로로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흔적을 남겨 주신 처음 뵙는 작가님, 이번 글은 좀 지루하다 느껴졌을지라도 '그래, 고생했다!' 하며 라이킷을 눌러 주시는 작가님, 그리고 부족한 글에 덧글을 남겨 주시는 작가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 역시 작가님들의 서재에 방문했고,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배우고, 행복해하고, 가끔은 용기 내어 덧글도 남겨 보았다.




그러다가 생전 처음 보는 메시지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1월 11일(토) 오후 두 시에 확인한 알림이었다. 세상에,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브런치 메뉴 여기저기를 눌러 보면서 조회수 그래프도 보고 라이킷 수도 확인해 보았다.






세상에, 내 글이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에디터픽"이란 목록 아래 있었다. 메인 메뉴에 위쪽만 살펴봤을 뿐, 화면 아래쪽으로는 내려본 적이 없었나 보다. 처음 보는 메뉴였다. 세상에... 그 순간부터 나는 이성을 잃었다. 주말 내내 조회수 알림을 확인하며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에게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조회수 알림과 메인 화면에 노출된 나의 글을 수시로 캡처해 놓았다. 그리고 글을 올린 지 만 3일 만에 조회 수가 1만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글을 쓰면서 굉장히 부끄러웠고,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도대체 나는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 당근 이야기를 누가 좋아할까, 나는 왜 다른 작가님들처럼 재밌게 글을 쓰지 못하는 걸까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앞뒤도 잘 연결되지 않는 것 같았고, 글을 다시 읽어 보니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잠시 여행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행을 할까 말까 정말 망설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의 글 길을 열어주신 작가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났다.



'가장 부끄러운 글은 쓰지 않은 글이다.'



그래, 내 맘속에선 한없이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래도 난 최소한 쓰긴 했으니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고 발행 버튼을 눌렀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 버렸다.





올해의 시작은 여느 해와 달랐다. 항상 연말이면 그동안 못했던 일을 떠올리며 새로운 해에는 이런 맘을 갖지 않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며 새해를 맞이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나의 모든 일에 우울감이 밀려왔고 해 놓은 것도 없는데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작년에 재미를 갖고 있던 SNS 활동도, 브런치 글쓰기에도 약간 회의감이 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쩜! 딱 이 시기에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괜찮아, 그런 생각하지 말고 계속해 봐, 괜찮다고!'


그렇게 누군가가 내 등을 두드려 주는 것 같았다. 주말 내내 얼떨떨했고, 행복했고, 또 눈물 나게 고마웠다.





글쓰기에 조금 더 용기를 내야겠다. 부끄럽든 두서가 없든 떠오르는 생각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한 문장씩 쌓아야겠다. 그게 일기 같은 글이든, 영화 속의 한 장면이든, 일상 속 깨달음이든 말이다.





브런치스토리는 내게 정말 특별한 곳이다. 오직 "글쓰기"를 위한 나만의 서재가 있고, 나의 부족한 글을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이 있고, 내가 배울 것이 무궁무진한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공간을 사랑해 주고픈 마음이 더 깊어졌다.




"저 에디터 님께 픽 당했습니다. "



브런치 스토리에게도 그리고 내 글을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께도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의 이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글로 남겨 본다.





(더하기) 제 글이 노출만 되었다 뿐이지 제 글에 공감을 해 주신 분도 계시고, 아닌 분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노출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흔들리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오겠지만 이 기억을 간직하며, 이 글을 수시로 열어보며 묵묵히 브런치스토리에서 마련해 주신 제 서재를 찬찬히 꾸며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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