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여갈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 겨울날, 나는 소나무를 만났어요. 우리는 같은 동산에 머물고 있었지요. 소나무를 만나기 한 달 전, 나는 동산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소나무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어요. 그 동산에서 나고 자랐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머물다가 옮겨져 왔는지를요.
소나무의 모습은 늘 한결같았어요. 햇살이 내리쬐든, 비바람이 불든 늘 푸르렀지요. 먹구름이 해님을 삼켜 버려도, 바람이 거세도 소나무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어요. 구름이 수다스러울 때마다 손사래 치는 나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지요. 그런 소나무가 너무 부러웠어요.
나는 홀씨가 되어 소나무에게 다가갔어요.
"안녕! 너 정말 멋지다. 너를 닮아가고 싶어!"
"민들레야, 안녕! 너도 참 멋져! 함께 무럭무럭 자 라자!"
소나무는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소나무와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지요. 너무 아쉬웠어요.
소나무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가지를 쭉쭉 뻗어내며, 무성한 솔잎을 만들어 냈지요. 가지 끝으로는 노란 꽃을 피워 냈어요. 노란 꽃은 가루가 되어 세상 이곳저곳을 여행하기도 했답니다. 소나무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샘이 나기도 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러나 늘 한결같은 그 좋은 기운을 전해 받고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나무가 친구들과 가끔 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소나무가 도대체 어떤 친구일지 좀 더 알고 싶었던 나는 소나무를 조금 더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홀씨가 되어 소나무 쪽으로 몸을 힘차게 날렸어요. 다행히 소나무 옆에 무사히 도착했어요. 소나무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지요. 소나무는 따뜻했고 마음이 단단했어요.
'너와 더 친해지고 싶어!'
마음으로 속삭였어요.
동산에는 다양한 친구들이 살고 있었어요. 철쭉, 개나리, 벚꽃, 나비, 참새, 박새, 모두가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어요. 모두 다 빛이 났지요.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조용히 땅 위에 납작 엎드려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어요. 그들의 속삭임을 엿들으며 언제 다가가야 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늘 고민이 많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정원사가 동산으로 찾아왔어요.
"우리 서로의 모습을 지켜주면 어떨까? 서로를 응원하면서 함께 성장하며 이 동산을 더 멋지게 만들어 볼까?"
정원사의 말에 동산의 친구들이 시끌벅적해졌어요.
"저 함께 할래요!"
"나도!"
"저도 같이 할래요!"
친구들이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였어요.
'나도 같이 해 볼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정원사의 제안에 ‘네!’라고 대답만 하면 그들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도 할게요!"
큰 소리로 외쳤어요.
갑자기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개성과 취향이 다양했지만 서로를 존중했고, 따뜻한 말이 오고 갔어요. 소심하고 두려움에 휩싸여 있던 나는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지요. 나에게 다가와 준 친구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고요. 때때로 친구들 앞에서 뽐도 내어 보았어요.
딱새 친구를 만난 건 그즈음이었어요. 작고 귀여운 몸으로 꼬리를 예쁘게 흔들며 동산 여기저기를 통통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때로는 나무 위에서, 때로는 내가 있는 땅 위에서, 여기저기로 몸을 움직이며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요.
"딱새야, 안녕! 나는 민들레야. 만나서 반가워!
용기가 생긴 나는 이제 친구 만들기에 망설임이 없었어요.
"안녕, 민들레야! 반가워!“
"꼬리를 흔들며 움직이는 모습이 참 예쁘다. 이 동 산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아!"
"민들레야, 넌 참 다정하구나! 고마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 덕분일까요? 딱새와 빠르게 가까워졌어요.
동산에서의 하루하루는 즐겁고 보람 있었어요. 친구들과 말을 주고받는 것도 서로 칭찬해 주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지요.
'그동안은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컸지만 괜찮아요. 지금 충분히 누리면 되니까요.
세상에, 딱새 역시 한결같은 모습이에요. 여기저기 통통 뛰어다니며, 꼬리를 예쁘게 흔들며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앗! 내가 그렇게 친해지고 싶어 했던 소나무 곁에서 머물고 있어요!
'소나무랑 딱새랑 모두 다 친해지면 좋겠다!'
소나무의 한결같은 모습과 용기에 늘 감탄하고 있었어요. 얼마 전 친구가 된 딱새의 통통 튀는 매력에 홀딱 반해 버렸지요. 존재감 없이 조용히 살고 있던 내게 용기가 생긴 찰나였어요.
'어떻게 마음을 전하지?'
먼저 딱새에게 용기를 냈어요.
"딱새야, 우리 모임을 만들어 보지 않을래? 너와 좀 더 친해지고 싶어!"
"어, 모임? 좋아 민들레 너와 함께라면!"
세상에, 딱새가 좋다고 단번에 대답을 하네요. 그동안 주고받은 대화에 진심이 담겨 있었나 봐요. 날아갈 듯이 기뻤어요.
조심스럽게 소나무에게 말을 건넸어요.
"소나무야, 우리 모임 만들어 볼까? 응원도 해 주고, 서로를 지켜봐 주자. 너와 함께라면 든든할 거야!"
“좋아! 함께 하자!“
세상에 소나무도 망설임없이 응답해 주네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소나무와 딱새 그리고 내가 드디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어요. 친해지고 싶어서, 닮아가고 싶어서, 한동안 마음을 졸이며 바라만 보고 있었던 소나무와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만나 통통 튀는, 싱그러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마음이 따뜻한 딱새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어요. 두 친구 덕분에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가 지쳐 있을 때 응원의 말을 건네며 일으켜 줄 수 있을 거예요. 모습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우리이기에 서로의 좋은 점을 배우면서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때로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이어 갈 거예요. 먹구름이 몰려온다 해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조금 나태해진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분명 셋 중 하나는 꾸준한 모습일 테니까요. 용기를 잃더라도 문제없을 거예요. 누군가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있을 거니까요.
늘 푸른 소나무와
통통 뛰며 싱그러운 매력을 뽐내는 딱새와
이제 막 용기를 내기 시작한 민들레가
함께하는 이야기
조금씩, 천천히 시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