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동화를 읽거나 듣는 이의 상상력이 정신의 발원지에 가닿으면, 이들의 영혼이 말랑해지고, 결국 동화 속 형상들의 얼개나 상황을 내면에서 다시 구성하는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벌로 신게 된 쇠 슬리퍼에서는 벌주고 싶은 나의 마음을 본다. 빨간 모자에서는 길을 벗어난 빨간 모자의 호기심에 응원을 하는 나를 본다. [개구리 왕자]에서는 하인리히의 강철 끈이 끊어질 때 내 안의 눌러온 감정들도 해방되는 기분이다. [별별 털북숭이]에서 속 빈 나무에서 쉬고 있는 공주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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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동화 형상의 발원지인 정신적 체험을 의식적으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동화의 인물들 안에 살아 숨 쉬는 더 높은 현실을 감지해 내는 감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단죄하고 싶은 마음, 호기심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고픈 마음, 막막한 마음... 모두 내 마음 안에 있다. 그 마음들을 마주하면, 나는 자꾸 이래도 되나...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