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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리리영주 Nov 30. 2021

원초적 지혜의 운명

책) 동화의 지혜 읽기

라푼젤은 '달빛오두막 모임' 때 가장 공감이 안 된 인물이었다. 특히 그 대모와의 결속에 대해 나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 아닌 누군가와 그런 결속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결속에 대한 선망과 질투가 늘 있다. 내가 '없다'라고 느끼는 그 유대감이 내가 반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해봤다.


' 거위지기 아가씨'에서 피 묻은 수건이 떠내려가는 장면은 중요한 전환점이고, 공주가 공주 다움을 잃는 순간인데, 나는 좀 고소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사보니 '하녀'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다. 나중에 벌을 받을지언정, 자기 욕망을 다 펼치고 왕자까지 차지한 하녀가 마음에 든다.

 


36쪽

인간의 영혼은 내적 자유로 가는 여정에서 먼저 헐벗음을 거쳐야 한다. 핏속의 원초적 지혜가 소멸하면서 세속의 지적 의식이 영혼을 장악하고 왕족의 위엄을 서서히 지운다. 영원한 정신의 유산은 감각계를 통과하면서 소멸되려는 찰나에 있고, 저급한 개성은 영혼에게서 영혼의 참된 근원에 대한 기억을 몰아낸다. 하지만  영혼은  이 운명의 여로에서 내적 자유로 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 전적으로 자기 함에 의지해서 새로운 힘을 자각하고 힘찬 자각의 결의로 정신으로 고양되어간다. 영혼은 마침내 자신의 신분에 걸맞은 '왕족의 결혼식'을 올린다.


나는 내 핏속에 원초적 지혜가 있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뭔가 예로부터 이어져오는 것이 있어봤자 굴종의 피였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태도가 '세속의 지적의식'일까.

공자의 요순이나, 플라톤의 이데아나 그런 원형에 대해서  자꾸만 '그런 것은 없다. 있다 해도 너희들의 원형이지 나의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빠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의 원형' 같은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것은 없다는 이 태도는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며 왜 고집하는 것일까. 이 고집이 나에게 무엇을 주고 있길래 놓지 않으려고 할까. 정말로 나에게 이로운 태도일까.


내 태도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 참 다행이다.

제자리에서 맴맴 돌고 있는 이 태도에 빛이 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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