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인물들이 희미해져 세속의 시선으로는 보이지않게 된 뒤로 세상은 고약한 마법에 사로잡혔다.
누구탓일까? 동화는 '재봉사!'라고 답한다.
재봉사는 모든 것을 싹둑싹둑 잘라 제 멋대로 이어 붙이는 독불장군 이성(지성)이다...재고 세고 분석하고 조합하는 것 밖에는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 방책...독불장군!
가위와 바늘, 실을 쥔 비쩍 마른 재봉사!
그런 재봉사가 천상에서 어떤 테도를 취할지 그려 볼 수 있는 것이 동화다.(동화의 지혜,38쪽)
이성(지성)을 재봉사로 비유하다니! 정말 찰떡이다.
대선에 대한 이러저러한 분석들을 즐겨보다보면, 재봉사가 절로 떠오른다.
선거에는 늘 관심이 많아 유심히 여러이야기를 챙겨보는 편이다. 어느 대선에서는 어느 편에서서 발을 동동 구르는 마음이었고, 어느 대선에서는 어차피 다 망할거니까 강건너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만 보았는데,
이번 대선은 각각의 재봉질이 상황을 어떻게 이끌어가는가를 바라보게 된다.
'하늘나라에 간 재봉사'가 황금발판을 내던진 이야기를 보고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대학시절 과내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 연루된 일이었다. 백만번을 되새김질해도 또 돌아볼 게 남았다니, 큰 일은 큰 일이었나보다.
당시에는 ' 적'이 분명해서 내가 옳은 줄만 알았는데, 지나고는 그 옮음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서 불안했고 두려웠다. 어느 날은 죄책감이 되고 어느 날은 수치심으로 떠올랐었다. '하늘나라에 간 재봉사'를 읽다가 재봉사가 한 행동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는데, 그 순간 그 때의 일이 생각나면서 작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그랬구나...재봉질이었구나!...그 후로도, 아니 지금도 나는 더 알고싶고, 더 알아야만한다는 생각에만 빠져있는 것같다. 늘 부족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