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리리영주 Mar 03. 2022

[적]다비드 칼리,세르주블로크,안수연,문학동네

지방소멸위험지역 생존기

긴 봄방학이 지나고  아이들이 새 학년이 되었다.

세 아이의 하교 시간이 다른데, 미리 공지가 되지 않아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한 아이는 교문 앞에서 기다려야 하고, 두 아이는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 두 아이의 하교시간이 다르다.

그 교문과 우리 집은 일 킬로미터 정도이고, 스쿨버스 정류장과 우리 집은 삼백미터 정도이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걸어오라 할 수가 없다.

세 아이의 하교를 챙기다 오후가 다 지나간다.


아이에게 이제 이만큼 자랐으니 철 따라 들꽃이 피고 지고, 위천이 사계절 내내 흘러서 온갖 새들을 마주하는 그 길을 걸어오라고 할 수 없다. 자연의 정령들이 너를 지켜줄 거라고 할 수 없다.

때때로 나도 혼자 그 길을 걸을 때면, 볕이 훤한 대낮이라도 등골이 서늘할 때가 있고, 운전 중이라 차 안에 있어도 문득 두려울 때가 있다.

인구소멸위험지역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아주 일상적인 공포가 늘 함께 있다.

낭만적인 전원 풍경, 바로 그곳이 영화'살인의 추억'의 배경과 같은 곳이다. 배경음악에 따라 ' 6시 내 고향' 도 되고, '그것이 알고 싶다.'도 되는 것이다.


나는 자주 이런 자연 속에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글로 사진으로 남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두려움과 공포를 품고 있음을 꼭 말하고 싶다.

이런 양면성이 없는 거주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한의 극지방에서도 낭만과 기쁨이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이런 어려움이 있음을 온 동네에 고백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귀촌을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하는 귀촌을 권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한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날은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상을 하며,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지옥 끝까지 따라가 벌줄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적'에 대한 상상을 부풀리지 않게 노력할 뿐이다.

이 메시지를 어느 방향으로 누구에게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 여기 있어]피터레이놀즈, 김경연,문학동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