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가로수길의 어느 바에서 일을 했었다. 근무 시간은 오후 5시 반부터 새벽 3시 반까지, 저녁에 일하고 평일에 쉬어 가끔친구들이 손님으로 오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대표님들과 선배들은 친구들에게 위스키나 칵테일, 안줏거리를 챙겨주었고, 바쁘지 않을 때는 얘기하고 오라며 친구들 곁으로 보내주셨다. 당시 23살의 어린 나이였고,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들의 사정에도 친구를 보러 온 것을 눈치채고는 마음을 써주신 것이다.
마침 일요일이라 신청곡을 받으려는데, 제목을 쓰라고 건넸던 종이를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돌려주었다. 무엇을 적었나 봤더니 세 명 모두 편지를 남겼다. 바쁜 틈을 타 귀여운 짓을 몰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의 신청곡은, 마치 밤이 깊고 어두워지는 이유가 이곳을 더 밝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함이라고, 바깥의 나무가 얼어붙는 까닭은 온기를 품은 이들이 이 작은 공간에 모두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매일 똑같은 재즈 음악이 흐르고 흑백만이 존재하던 공간이 그 순간만큼은 다르게 느껴졌다.
이따금 하루가 길고 날씨가 추울 때 이 순간을 떠올리고는 한다. 따뜻한 사람들과 순수한 영혼이 만나 내 영혼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던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