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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양 Dec 27. 2024

20대,,, 60대 사이에서 인생 2막을 고민하다,,,

서울이야기

1월의 마지막 날, 발길을 이끈 건 ‘지식나눔 시브아포럼’이었다. 발효 수업에서 만난 최옥자 선생님이 강연자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관심이 생겼고, 포스터 속 제목과 프로그램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장년층 중심의 행사라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 색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을 품고 찾아갔다.     


강연장은 예상대로 50~60대의 참석자들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조금은 어색할 거라 생각했지만, 나를 특별히 신경쓰거나 놀라는 기색 없이 몇몇 분들이 다가와 자리를 안내해 주고, 도시락과 따뜻한 국을 챙겨주셨다. 마침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인사를 나누었고,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선생님은 예상치 못한 만남에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교육생 중 유일하게 참석했지만, 힘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풀피리 연주자 김충근 선생님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녹색으로 통일된 복장과 풀잎이 가득 담긴 가방. ‘풀깨비’라는 이름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연주할 것이 풀밖에 없어 풀피리를 연주했던 선생님은, 은퇴 후 풀피리를 연주하며 전국을 다니고 그림책도 제작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풀피리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었는데, 풀피리로 만들어내는 음의 폭과 기법이 폭넓고 다양해서 놀랐다.


 강연 후, 모두에게 풀잎을 나눠주고 직접 연주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풀잎을 받아 몇 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소리를 냈다.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을 무대로 불러 즉석 풀피리 합창단을 꾸렸고, 그중 하나로 참여했다. 어설픈 연주였지만, 그 유쾌함 덕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그림책과 캐리커처도 선물로 받았다.     


두 번째 강연 전에는 원장님의 시 낭송이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시를 낭송하셨는데 매회 열리는 이 포럼만의 전통인 듯했다. 이어진 강연은 사진작가와 통기타 가수로 제2의 인생을 꾸린 이재권 교수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릴 적 발명에 관심이 많아 모기향을 개발해 기업에 제안했던 교수님은,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다 은퇴 후 전국을 돌며 공연을 하고 계셨다.     


기다렸던 최옥자 선생님의 차례가 왔다. 선생님은 중국어를 가르치다 퇴직하고 강화도로 귀촌해 발효공방을 운영하고 계셨다.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간장, 된장, 술, 식초, 김치를 담그고, 강화 새우와 특산물을 활용해 젓갈과 떡을 만드신다. 강연 중에는 막걸리를 시음하며 술을 빚는 과정도 배울 수 있었는데, 당귀, 송순, 진달래 같은 재료로 만든 막걸리는 맛도 특별했다. 특히 두견주를 만들기 위해 온 가족이 진달래를 따러 산에 가는 이야기는 듣는 내내 미소 짓게 했다.     


세 강연의 공통된 주제는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이었다. 20대가 은퇴라는 주제를 고민하기엔 이른 나이지만, 세 분의 이야기는 은퇴라는 전환점을 새로운 시작의 기회로 삼는 법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얻은 시간이었다.


<포스터 출처 : 시브아포럼 네이버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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