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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을 대체하는 그린 패션

그린 패션을 위한 우리들의 작은 노력을 위해

by 김이서

패션을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나는 '빠르다'로 말하고 싶다. 일 년을 앞서가는 컬렉션과 매일 바뀌는 트렌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패션업계는 변화무쌍하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이전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패션의 주된 원동력은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환경의식이 고취되고 일부 친환경 브랜드가 SNS에 큰 이슈가 되면서 친환경 패션은 큰 호감을 얻고 있다. 런던 패션위크의 에스테티카 같은 프로젝트처럼 크리스토퍼 래번, 미나 햅번 등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패션의 물결을 바꾸고 있다. 여러 플랫폼들은 윤리적 브랜드들의 물건들을 홍보해주고, 럭셔리 브랜드 또한 파페치와 같은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한 발 성큼 다가서고 있다.


img_4031.jpg London Fashion Week- Estethica Exhibition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윤리적 패션은 크게 직물을 낭비하지 않고 지역 상품을 부활시키고, 공정무역을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윤리적 패션을 몸소 체감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에게 친숙한 윤리적 패션을 실천하기 위한 쉬운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를 돕는 옷, 빈티지


패션업계의 낭비를 도와주고 있는 소매 트렌드는 바로 '빈티지(vintage)'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빈티지 제품의 한 해 매출이 39억 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상점가에서 빈티지 부티크가 부상하고 있고, 이베이는 사이트에서 실시하는 중고 상품 경매의 인기 덕에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 중 하나로 기반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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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열풍으로 '스위싱(swishing)'도 주목되고 있다. 스위싱은 물물교환으로 고객들이 헌 옷을 박스에 담아 회사에 연락하면 다시 판매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소비자들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도 다른 사람과 옷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스위싱이 무엇인지, 어떻게 참여할 수 있고, 왜 지구에 좋은 소식인지 등 스위싱 관련 정보가 가득한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참고(http://swishing.com/home)


한국에서는 크게 동묘시장, 홍대 빈티지 샵,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이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검색만 하면 빈티지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빈티지 제품은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요즘 생산되는 브랜드 제품들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물론 터무니없이 비싸게 판매하는 매장들도 간혹 있다.


KakaoTalk_20160730_150441833.jpg 모두 빈티지 제품 착용한 모습




저렴한 옷들에 현혹되는 것


옷을 한번 사서 여러 번 수선을 해서 입는 옛날의 풍경은 매우 낯설다. 밥 한 끼 정도의 가격대로 의류 가격이 낮아지자 소비자들은 옷을 사는 일이 익숙해졌다. 매주 외관 디스플레이는 바뀌고, 신제품 입고에 걸리는 시간이 무척 짧아졌다. 값싼 패션에 소비자들은 옷을 사서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생산 유통과정에서 비윤리적인 행위가 이루어지고, 의류 업계의 보이지 않은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값싼 폴리에스터와 같은 인조 원단을 주로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패스트패션은 더 많이 팔아 더 많은 돈을 벌려는 탐욕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빠른 속도는 공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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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옷을 많이 자주 사는 것보다 옷의 품질을 중시하는 슬로 패션을 추구해야 한다. 몇 차례 세탁만 했는데 옷이 망가졌거나, 신고 나간 신발의 밑창이 며칠 만에 떨어지는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슬로 푸드 운동의 영향처럼, 우리는 오래 입을 수 있고 착용감도 좋은 전통 직물들에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


물론 좋은 품질의 옷들은 돈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사람들이 구매량을 줄여 가치가 더 높은 물건을 구입하면, 그 비용은 생산과 공급망의 과정에 더욱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다. 제품 하나를 만들 때 걸리는 작업 시간이 늘어 일자리도 보장된다. 이런 슬로 패션의 네트워크는 제조 과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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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패션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윤리적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변화가 보이고 있다. H&M 진열대에는 유기농 면 옷들이 걸려있고, 피플트리 공정무역 왕국의 제품들까지 친환경 패션을 위한 노력이 조금씩 보인다. 한때는 환경적으로 버림받은 분야였던 패션 산업이 천천히 초록빛으로 변화하고 있다. 매일 입는 옷들로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것, 친환경 패션이 트렌드가 되는 날이 성큼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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