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방영 중인 '나 혼자 산다'만 보더라도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을 꾸리고 잘 살고 있다. 장우혁처럼 좋은 집에서 부유하게 사는 경우가 있는 반면, 기안 84처럼 걸레와 수건을 함께 빨래하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교 4학년 시절에 졸업 작품 전 때문에 학교에서 2분 거리에 위치한 원룸에서 1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사실 집과 차로 30분 되는 거리였기에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 주말이면 엄마가 전해 주는 과일을 먹고 주말이면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자취집 냉장고에는 물과 팩, 두 가지뿐이었으며 우리 집에는 숟가락도 없었다.
부끄럽지만 처음 자취를 시작하던 날, 나는 집에 있는 난방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이틀 동안 추위에 벌벌 떨면서 잠을 잤다. 빨래를 돌릴 때 세탁과 헹굼 시간을 짧게 설정한 바람에, 빨래를 한 후에 빨랫가루를 그대로 본 적도 있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이건 자취와는 관계없는 단순히 나의 멍청함일 수도 있다. 햇빛이 좋은 날, 나름 이불을 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창문에 낑낑대고 무거운 이불을 터는 순간, 나는 불과 5분 전 내가 이불 위에 현금 10만 원을 올려놓았다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에 스쳐갔다.
나는 3층에 살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5만 원짜리 한 장은 원룸의 난간에 걸쳐있었고 또 한장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3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난간에 걸터있는 지폐가 날아갈 것 같았고, 또 내려가지 않는다면 바닥에 있는 지폐를 누가 가져갈게 뻔했다. 정말 우연인지, 그 순간 친한 오빠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울먹거리며 오빠에게 인사도 못한 채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빠!!! 돈 좀 주워줘!!!"
한 장은 지나가는 오빠가 간신히 구해냈고 문제는 난간에 걸친 또 다른 한 장이었다. 나 혼자 사는 집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외간 남자를 구별하는 건 무의미했다. 오빠와 나는 집에 있는 막대기를 난간에 닿게끔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구해질 돈이 아니었다. 집에 장대 같은 막대기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결국 집에 있는 도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열심히 찾다 보니 냉장고에 먹다 남은 청포도가 보였다. 오빠와 나는 5만 원을 향해 청포도를 정조준해서 미친 듯이 던졌다. 청포도가 떨어지면 주워야 했기에 오빠는 결국 1층으로 내려가 빗겨나간 청포도를 주었고 나는 울면서 청포도를 하나씩 따며 던졌다.
10분이 지났을까. 바람이 약간 불면서 몇 개 남지 않은 청포도는 결국 5만 원의 끝자락에 맞고 돈을 구하며 즉사했다. 오빠는 1층에서 감격하며 5만 원과 떨어진 나머지 청포도를 주웠다. 나는 울면서 지나가려다 돈을 구해준 오빠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오빠는 내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던 게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자취를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가 정말 많다. 그래도 그중 이불을 털다가 날아간 10만 원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렇게 시작한 내 자취생활은 나에게 엄청난 인생의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처럼 밀린 집안일이 산더미일 때 한 번씩 추억하며 기록해놓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