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 무척 위험하다. 서점에 들러 사진집을 볼 땐, 구입이 망설여지는 건 당연했다. 사진이 일상에 가져다주는 감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든 사진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 실천을 하지도 않고 바보처럼 때를 기다렸다. 때는 내가 만드는 것임을 모른 체..
그렇게 2016년 12월 사진집 출판을 결심하자마자 신은 불공평하게 주말에도 회사 업무를 덤으로 주셨다. 이미 시작한 이상 불어버린 일 사이에서 사진집은 빛을 바라야 했다. 사진집에 대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고찰했다. 기존의 사진집과는 다르고 싶었다.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부터 시작해서 내 감성이 시작된 곳을 찾았다. 깊은 지식은 아니었지만 매 순간 함께했던 재즈가 떠올랐고 그날부터 나는 '듣는 사진집' 즉, 음악 사진집을 출판하겠다고 혼자만의 선언을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벽 밤을 맞으며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몸이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나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나?
사진을 따로 배우진 않았다. 내 손가락과 눈이 가르쳐주는 대로 빛을 조절하고 사물과 자연을 담았다. 갑자기 빗나간 이야기지만 나는 패션을 전공하고 패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에는 패션 사진보다 감성 사진을 찍는다. 20대가 되면서 두 가지의 욕망이 내 뇌리에 착 달라붙어 싸움을 시작했는데 결국 사진은 후퇴를 선언했다. 근데 사진집으로 다시 반격하고 싶었다.
특별한 사진집을 출판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 누군가 그랬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한 가지를 파고 들으라 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패션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글을 썼지만 에세이도 조금씩 다루고, 심지어 전혀 매치 불가능한 사진집을 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겠지만 분야들을 보는 시각을 넓혀 생각지도 못한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그리고 하다 보면 한 가닥의 기다란 실처럼 서로의 공통점이 보일 거라 믿는다. 하루키가 재즈 에세이를 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