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받은 모습이 반짝이는 내 몸을 아름답게 비추어 주었다. 갈색이지만 얼핏 보면 어두워 보이는 머리카락이 그림자가 되었고, 그 모습이 사진집의 표지로 완성되었다. 'Till it happens'는 좋아하는 가수 corrine bailey rae의 till it happens to you에서 착안한 책의 제목이다. 듣는 사진집에 맞게 재생 버튼과 좋아하는 곡임을 알리기 위한 하트가 작게 그려져 있다. 투명한 사각형 틀 옆으로는 본명 대신 필명, tilda studio가 적혀 있다.
빛을 받은 사진이 백색 모조로 인쇄되어 다시 세상에서 빛을 받았을 때, 가장 아름다웠다. 처음 한 부를 시험 삼아 인쇄했을 땐, 내지의 재질과 같은 백색 모조로 인쇄를 했다. 부드러우면서 사진이 약간 바래져 보이는 느낌이 좋았지만, 조금만 상처가 나면 흠집이 생길 것 같았다. (물론 책은 다 비닐로 포장을 해서 판매를 한다) 그래서 2쇄를 찍을 땐, 스노우지로 변경했다. 독립 출판만의 느낌보다 기성 출판 서적의 무드에 가까웠지만, 책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1쇄 버전을 구입한 지인들과 어디선가 책을 가지고 있을 분들은 나도 없는 첫 판 본을 갖고 있는 셈이다. 뒷 표지에는 책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일시정지 버튼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곡이 적혀있던 곳은 비어있다.
어떤 말로 들어가는 말을 시작할지 고민이 많았다. 담담하게, 머릿속에서 책을 구상했던 순간들을 떠오르면서 독자들이 책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이야기했다. 이미 적어 놓았듯이, 독자들이 한숨에 끝나는 책이 아닌, 여러 숨에 나뉘어 음악과 함께 호흡하며 하루의 작은 선물처럼 느낄 수 있는 책이 되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독립서점 '지구 불시착' 사장님께서 인스타그램에 감명 깊은 책 소개를 남겨주셔서 글에 더해본다.
책, 음악, 사진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뭐가 남을까요?
반대로 책 음악 사진이 있다면 거의 다 있는 거겠죠.
Till It Happens에는 거의 다 있습니다.
사진을 보고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Till It Happens라는 재생목록 추가를 권합니다.
지구 불시착의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책을 펼치고 사진을 보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