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힘이 들어 쓰는 일기

by 김이서

오늘 하루를 정리해보려 한다. 육체가 온전하지 않을 때 슬픔의 감정은 더욱 치솟아 더 큰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일생에 맞이하지 않을 감정을.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화가 나거나 누군가와 싸울 때, 그리고 행복하지 않을 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행복한 순간을 사진이나 글로 담아 타인에게 공유하지만, 슬픈 감정을 내비치기란 엄연히 두렵고, 불안정한 자신을 표출하는 거라 매우 부끄러울지도 모른다. 가령 자신의 이별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오늘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외근을 나갔다. 왜 오늘따라 날씨는 추운 건지, 아침부터 매일 같은 자리에 놓여있던 목도리는 또 어디로 간 건지..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빈속으로 한 시간을 지하철 속에서 <쓰기의 말들>을 읽어나갔다.


고된 8시간의 노동이 시작되었다. 편한 신발안에서 열개의 발가락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깨 위에는 귀신이 앉은 건지 하염없이 눌려왔고 물도 마실 힘조차 잃은 채, 일을 해내갔다. 평소에 요가를 해서 허리가 아픈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허리가 아프면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그 위치를 정확이 알아냈다. 육체의 불만은 가슴속을 시커멓게 만들었고 이내 머릿속은 슬픈 기억만 떠올렸다. 갈피를 정하지 못한 내 삶, 그 안에서 지식을 넣는 고통, 전날 내 속을 타들어가게 만든 남자 친구와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만 생각났다. 증오스러웠고 싫고 미웠다.


왜, 우리는 아침부터 우울한 뉴스로 시작해서, 하루의 밥벌이마저 힘든 일을 겪으며, 나쁜 공기를 마시고, 부당한 기업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할 수밖에 없고, 하루는 짧고 그 하루가 쌓여 나이만 먹어가는지. 모든 행위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약해진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줄 수 있는, 말 한마디로 지친 내 몸을 씻겨내려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나는 혼자만 마음을 삭히면서 추운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퇴근했다. 편히 쉬고 있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나, 퇴근하고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다. 밥도 꾸역꾸역 먹고 또 울어버린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하루하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쓰기의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