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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by 김이서

일상에 재즈를 흡수하는 일. 흡수한 것을 글로 다시 작업하는 일은 꽤나 고통스럽다. 한번 머릿속에 든 감정이 그 순간에는 무척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함이 무너져 내린다. 나는 감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그것이 글감으로 모여질 때, 글을 쓰려고 한다. 평소에 재즈를 많이 듣고 재즈와 함께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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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 투 비 블루>에서 쳇 베이커의 모습을 보고 난 후,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에단 호크가 배역을 잘 소화하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쳇 베이커의 음악에서 청춘의 냄새가 난다고 했지만, 난 그의 목소리에서 청춘의 냄새는 맡지 못했다. 청춘의 냄새 대신, 냉소적인 냄새가 난다고 할까. 마약에 빠져 심각한 중독으로 감옥에 수감되기까지 했던 장면이 생생해서였을까. 하지만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끊었던 마약을 다시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음악에서 이루고자 한 모든 것을 담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My funny valentine'이나 'I fall in love easily'에서도 느껴지지만, 그의 노래엔 큰 기교가 없다. 오히려 노래 사이에는 그의 연주가 들린다. 심혈을 기울인 연주가 더욱 돋보이듯, 노래는 연주에 숨을 주는 공기 같은 존재다. 힘을 주려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힘을 실어 준다. 본래 나는 Margaret Whiting 의 'Time after time'을 더 듣지만, 쳇 베이커의 Time after time에는 숨이 더 풍부하다. 곡 사이의 연주는 우리에게 곡을 음미할 시간을 주는 셈이다. 그래서 듣는 동안 숨이 차지 않다.


쳇 베이커의 중성적인 보컬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은 'It's always you'라고 생각한다. 가사가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시어처럼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게, 참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If a breeze caresses me
It's really you strolling by
If I hear a melody
It's merely the way you sigh

Wherever you are you're near me
You dare me to be untrue
Funny, each time I fall in love
It's alway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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