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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행위, 요가

by 김이서

오늘은 요가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요가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글이 두서없어 장황하게 늘어질까 걱정된다. 그만큼 요가는 나를 변화시켰고, 내 삶에 깊게 침투되어 있는 이름 모를 의식을 자극한다. 요가를 시작한 건 회사를 다니고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자전거를 타는 게 전부였지만, 나도 나만의 운동을 찾고 싶었다. 한 번은 역삼역에서 크로스핏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시작부터 선생님의 고함에 맞춰 나는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정신없이 한 시간 동안 벽에 공을 던지고, 던지자마자 쉴틈도 없이 철봉에 매달려야 했던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없다. 그래서 정적인 필라테스와 요가를 도전했다. 그 후로 나는 1년이 넘게 일주일에 4번은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특히 요가는 남들보다 찬 기운이 많이 드는 내 몸에 따뜻한 기운을 넣어주는 최적화된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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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련을 하고 내 삶에 3가지 정도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로,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다. 본래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난 고등학생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 가고 3개월에 한 번씩은 응급실에 실려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바로 몸에 적신호가 찾아왔고 매일 신경성 대장염과 싸우며 살았다. 요가는 기구 없이 오직 내 호흡과 몸의 속근육을 사용하여 내가 내 몸을 컨트롤해야 한다. 사이드 플랭크를 할 땐, 한 손으로 내 몸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그럴 때면 팔이 부들부들 떨고, 배의 근육이 꿈틀대며 머리에서 미친 듯이 땀이 흘러나온다. 요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요가를 시작하고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만 병원을 간다. 이젠 정말 아프지 않다.


둘째,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수업이 시작하면 눈을 감고 내 호흡에 집중을 한다. 들이쉬는 숨이 코로 들어가고 폐가 팽창해지면, 배와 가슴을 통해 깊게 내쉰다. 집중해서 내 호흡이 들어가고 나가는 과정을 느끼면 보이지 않는 내 몸의 흐름이 느껴진다. 참 신기하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면 요가를 하는 시간만큼은 사소한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을 뇌에 흡수하는 일은 잘하지만, 그것을 단순화시키고 정리를 하는 과정은 흔히 생략한다. 요가를 하며 뇌에 휴식을 주고 정신력을 기를 수 있다. 매트 위에서 나의 정신을 나누다 보면 필요 없는 생각들은 알아서 잊히고, 필요한 고민들 앞에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세 번째로는, 몸의 라인이 아름다워진다. 나는 아직 완벽한 몸매가 아니지만, 요가 선생님들의 라인은 여자인 내가 봐도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요가 자세 중에서 '코브라'자세가 있다. 허리를 들어 발등은 매트를 누르고 두 손바닥의 힘으로 상체를 일으키는 자세인데, 허리 힘을 엄청나게 쓴다. 빈야사나 아쉬탕가를 하다 보면, 태어나서 한 번도 쓰지 않는 근육의 힘들을 쓸 때면 혼자 놀라곤 한다. 어깨의 승모근이 사라졌고, 턱살이 내가 봐도 놀랄 정도로 빠졌다. 팔의 힘이 무섭게 강해졌고, 허리와 등에 근육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있기까지 그 과정은 매우 더뎠지만, 붓기가 빠진 내 몸을 보니 그간의 수련과 매트 위에서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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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하며 얻은 것도 많지만, 잃었다기보다 몇 가지 힘들어진 부분도 있다. 우선 요가는 정적인 동작들과 조용한 공간 안에서 입은 열지 않고 오직 호흡으로 이어진다. 모든 동작이 끝나고 사바아사나로 휴식을 취할 때에도 옆 사람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매우 조용하다. 매일 정적인 공간에서 안정을 느끼며 수련을 하다 보니, 조그마한 소음에도 무척 예민해졌다. 시끄러운 공간에 오래 있기 힘들고, 심지어 잠을 잘 땐 혼자 있어도 귀마개를 꼭 착용하고 잠을 자야 한다.


요즘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의 영향 때문인지 요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작년까지만 요가 룸에서 남자 회원을 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매 수업마다 적어도 남성 한분씩은 계신다. 요가는 꼭 여성들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요가는 충분히 매력적인 운동이자 마음 수련이고,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켜주는 예술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동작 속에서 오늘 나는 처음으로 머리 서기를 성공했다. 뇌에 피가 쏠려 정수리가 정말 아팠는데, 머리 서기를 하고 나니 뇌가 말끔해지는 경이로움은 또 처음 느낀다. 실로 매일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는 매일 새벽에 매트 위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수련을 하고 있는지, 하루의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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