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패션 산업
오늘 친구는 내가 입은 스웨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스웨터를 궁금해하는 친구에게 어떤 브랜드에서 구입한 옷인지, 컬러와 사이즈, 소재 정보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친구는 스웨터에 대해 보다 깊이 물어보았다. 이 옷은 어떤 공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어떤 목장에 있는 양의 털을 깎아서 만들어진 옷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말이다.
보통 대화에서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생뚱맞게 어떤 양의 털을 깎아 만든 옷이라는 걸 물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옷을 사면서 옷의 공정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깊은 정보를 원하지 않고 단지 구매에서 멈추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는 구매한 라벨을 통해 소재 정보와 세탁법 같은 단편적인 정보만 알 수 있고, 그 이상의 정보는 브랜드 홈페이지나 구입처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목장에 있는 어떤 이름을 가진 양의 털로 만든 옷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 양의 정보가 중요한지는 다음 단락에서 설명하겠다. 이미 런던의 'Provenance'는 옷에 관련된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패션 공정 과정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Block chain)이다.
차근차근 블록체인에 대해 알아보자.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블록)로 보고 이것을 차례로 연결한(체인) 거래장부다. 이 장부는 거래자만 보관하는 현실 속 장부와 달리 내용이 모두에게 공개된다. 블록체인은 거래를 할 때 은행과 같이 정부가 신뢰성을 인정한 제3의 공인기관이 필요 없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블록체인 기술을 패션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런던의 디자이너 Martine Jarlgaard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Provenance과 함께, 패션 상품의 제조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공정이 투명하고 추적 가능하도록 공개했다. 상품의 상세한 디테일과 히스토리를 모든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한 마디로 옷이 만들어지는 여정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 British Alpaca Fashion farm에서 양털을 깎고, Two Rivers Mill에서 방적기로 실을 뽑고, Knitster LDN에서 편물 과정(뜨개질)을 거친 후, 옷이 매장으로 도착하는 모든 과정을 앱과 홈페이지로 볼 수 있다.
모든 옷은 이미지, 스토리, 위치 데이터, 타임 스태프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옷의 과정을 QR코드로도 확인 가능하다. 이 과정은 옷을 기다리는 소비자에게 기대감을 안겨 주고, 옷을 착용하는 고객이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 알고 구체적인 원료와 생산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소비자는 옷을 살 때 기록된 정보로 올바른 소비를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신뢰한다. 옷이 더 이상 'made-in 000'에서 멈추지 않는다.
(더욱 자세한 공정 과정은 provenanc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패션의 블록체인 기술은 ZARA, H&M과 같은 패션 SPA 브랜드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SPA 브랜드는 상품 입고 주기가 매우 빠르다. 신상품이 2주 내로 출시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는 런웨이가 끝난 후 바로 옷을 구매할 수 있는 'see-now-buy-now' 플랫폼까지 구축했다. 패스트 패션은 엄청난 옷을 생산해내고, 반응이 좋지 않다면 곧바로 세일하거나 소각한다. 옷이 어떻게 버려지고 태워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 착취와 동물을 학대하고 옷을 버리며 환경을 파괴하는지,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옷의 공정 과정과 본 재료, 공장 위치 같은 중요한 정보가 블록체인 기술위에 놓이고 모두에게 공개된다면, SPA 브랜드 기업은 더 이상 현 상태의 제조 과정을 따를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centralized가 아닌 decentralized이다. 모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를 넘어, 가치의 평등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빠르게 변하는 패션 주기 때문에 옷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 경제적 비용을 떠안아야 했던 작은 패션 기업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아직까지 제조업은 대량 생산으로 공정을 진행해야 단가를 맞출 수 있다. 대기업 패션 브랜드와 경쟁 조차 불가능한 작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이제 틈새를 노릴 수 있다. 틈새시장을 노려, 고객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더욱 가까워지고 상품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온라인 몰을 개설하고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E-commerce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가 있다. 쇼피파이에 등록된 패션 스토어들은 비트코인 결제를 받고 있다. 일반 결제보다 낮은 지불거래 수수료, 모든 거래의 공정성, 편리한 POS 앱 사용 가능, 해외 거래 단순화 등으로 효율적인 비트코인 결제를 진행 중이다.
쇼피파이 내부에서는 토큰으로 내부 거래도 가능하다. 토큰(token)은 내부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화폐로 쉽게 말하면, 싸이월드의 도토리 같은 개념이다. Shopify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마트 계약( Smart contract)으로 사업주들의 신뢰를 보증할 수 있는 계약을 이행 중이다. 상품 정보, 수수료, 상품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면, 모든 계약 과정이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되고 비윤리적인 계약도 불가능하다.
기술은 단순히 기술적인 데 머물지 않는다. 거대 패션 기업에 집중된 패션 물결이 천천히 소비자의 선택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패션 시스템을 패션 소비자가 직접 관여하고 패션회사가 알게 모르게 가져갔던 이익들이, 소비자의 손에 고스란히 떨어지기를 바란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인터넷 이후 가장 혁명적인 기술로 불리는 이유를 투자 열풍이 아닌, 가치의 평등화와 공정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패션 산업은 지속 가능성 위해 사회 기반 시설을 전체적으로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화려하게 차려입는 패션의 모습 이전에, 공정 과정을 스스로 검색하며 옷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여 구매를 하고,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편리한 송금 시스템으로 쇼핑을 하며,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신뢰하는 것이 패션 산업의 미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