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한 건, 2015년 친구와 함께 카페를 간 날이었다. 처음 내가 생각하는 인스타그램 어플은 텀블러나 핀터레스트 같은 정도의 느낌과 파급력을 생각했었다. 그 당시에는 많은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전념했는데,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갈망하는 성격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진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5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인스타그램은 '해시태그(#)' 기능이 추가되었고, 장소를 태그 할 수 있으며, 점차 많은 브랜드와 기업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과거에는 파리의 에펠탑을 다녀오고,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코스 요리를 먹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었다. 경험을 말로 설명할 수밖에 없을 그 시절까지만. 지금은 경험을 문장으로 풀어 설명하는 것보다, 작은 정사각형 틀 안에 완벽한 구도와 조도를 설정한 그 사진 한 장이 나의 여행과 음식을 대변한다.
난 인스타그램을 아주 흥미롭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사람들의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었다. 남이 다 가는 여행이 아닌, 나만 알고 내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난다. 비용과 시간을 들인 채 말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그만큼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하고 싶었다.
이제 드디어, <언어의 온도>의 작가로 유명한 이기주 작가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2016년 8월에 출간된 작고 단단한 책, 언어의 온도는 몇 주 전 새로 리뉴얼한 영풍문고에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 중이다. 내가 느낀 이기주 작가는 다른 작가들과 많이 달랐다. 나는 이기주 작가가 쓴 책이 아닌 그의 인스타그램으로 그의 다름 설명하고 싶다.
이기주 작가도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작년쯤, 내가 먼저 이기주 작가를 팔로우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이기주 작가는 나를 다시 팔로우했다. 알람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프로필 사진에는 이기주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경이 빛나고 있었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나만 알고 싶지 않아서 이기주 작가의 책을 읽은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내 친구는 담담하게
"나도 이기주 작가가 팔로우해줬어. 서로 팔로우 상태야"라고 대답했다.
그가 현재 팔로잉(이기주 작가가 팔로우하는 계정) 수는 7,501개의 계정이다. 이기주 작가는 자신을 팔로우하는 계정을 다시 팔로우한다. 지금 현재 이기주 작가를 팔로우하는 수는 30.3k이기 때문에, 그가 반대로 모든 계정을 팔로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팔로잉 '0'이나 자신의 지인들만 팔로잉하는 유명인사들과는 다른 계정의 모습이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결과, 그 해답은 이기주 작가의 게시물에서 알 수 있었다. 이기주 작가는 자신의 북토크나 강연 일정 정보를 담은 사진 이외에도, 편안한 무드를 전해주는 커피와 창이 뻥 뚫린 장소, 바다, 하늘, 노을 사진을 업로드한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사진을 보면 정말 여기가 어딘지 가고 싶을 정도다. 우리의 마음을 읽듯 그는 친절하게 장소도 함께 태그 해준다. 보기만해도 힐링이 되고 덤으로 사진까지 잘 나오는 장소와 사물을 그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신의 계정을 방문하는 팬을 위해 정보와 문장을 쓰며 소통을 하고 있다는 의미 같았다.
그가 느끼는 계절의 변화와 변해가는 초록색 잎사귀, 빗물을 빨대로 빨아 버릴 것 같은 바다를 우리도 느낀다. 그리고 우리가 사진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리해준다. 이기주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참 많은 것을 느꼈다. 그의 시간 상, 모든 다이렉트 메시지와 댓글들에 하나하나 대답해줄 수 없지만 이기주 작가는 감사한 마음을 계정 안에서 표현하고 있었다.
오늘 오전, 노트북을 열고 이기주 작가가 9시에 업로드한 사진에 좋아요(하트)를 눌렀다. 그리고 1시간 전 내 계정에 알림이 떴다. 이기주 작가였다. 이기주 작가는 나의 가장 최근 계정의 사진과, 부끄러운 나의 셀카에 좋아요(하트)를 눌러 주었다. 이기주 작가와 내가 서로 소통했던 시간은 1분 남짓 하는 시간이겠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나에게 작가가 보내준 하트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움직여주었고, 참 고마웠다.
이기주 작가처럼 소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난 이기주 작가의 SNS 방식이 참 좋다. 나는 그의 엄청난 팬도 아니고 <말의 품격>과 <언어의 온도>를 모두 정독한 독자도 아니다. 그저 작가의 책 중 어느 소수의 문장에 꽂혀 있고, 그의 소통 방식에 감동을 한 사람이다.
이기주 작가가 푸른 공간과 커피와 바다를 느껴, 그것이 우리에게도 전달되면,
그도 아마 함께 느끼고 그것은 오롯이 더 좋은 문장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