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vlog가 대세다. 유튜버나 연예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여 올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커피 한 잔, 다이어트를 위해 스무디를 먹거나 잠시 다이어트를 잊고 엄청난 먹방을 촬영하기도 한다. 자신의 집을 소개하거나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하는 일상들.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하루다. 영상을 위해 조금 더 음식을 예쁘게 찍고, 깔끔하게 촬영하는 것만 다를 뿐, 우리는 왠지 모르게 그들의 일상에 빠져든다.
최근에 영상 제작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vlog가 재밌기도 했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브런치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는 내가 영상을 모른 체할리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내 일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전문 카메라가 없어서 아이폰으로 촬영을 하지만, 화면도 깨끗하고 음질도 좋다. 영상으로 완성되면 어떤 일상으로 탄생할지 매우 궁금하다.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하니, 사진을 찍는 횟수도 크게 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덜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브런치에 다시 들어와 보니, 글은 섬세한 내 감정을 기억하게 만들어주었다. 기억에는 영상이 효과가 클지라도, 글을 읽고 나면 감정 선을 건드린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그래서 영상을 잠시 멈추고 겨울을 보내는 일상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커피는 언제나 마시는 중이다. 지금도 노트북 옆에는 콜드브루 라떼가 놓여 있다. 콜드브루를 마시기 시작하면 단점이 있는데, 연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어려워진다. 콜드브루의 신맛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아메리카노에 다시 적응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가끔 라떼도 마시고 카푸치노도 마신다. 밖의 추운 공기를 피해 따뜻하고 안락한 카페에 앉아 창가에 앉으면 조금씩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많이 추운 정도가 아닌 그 공기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조금씩 식혀 마시면 몸으로 커피의 열기가 전해진다. 컵을 감싸며 손에도 그 열기를 전하고,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시작한다.
명동성당 옆을 지나다 보면, 인터파크 북앤샵이 보인다. 책방을 구경하던 중, 그 맞은편에 위치한 RE;CODE 가게를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 코오롱에서 기획한 RE;CODE는 패션 업사이클링 복합 문화공간이다. 업사이클링에 관련된 서적을 읽을 수도 있고, 영화도 관람할 수 있으며 원데이 클래스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중 인상 깊었던 리리드(reread)캠페인이 있었다.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면 책을 가져갈 수 있고, 기부도 할 수 있다. 나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를 선택했다. 책 앞쪽에 적힌 괴테의 말이 참 마음을 울렸다. 너의 젊은 날을 이용하고, 배움의 때를 놓치지 마라.
연말이 되며 친한 지인들과 만남을 갖곤 한다. 함께 만나 대화를 하는 경험보다,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 현재. 친구들과 만남은 내게 너무나 소중하다. 더 예뻐지고 성숙해진 친구들의 모습에도 대화를 하다 보면, 옛 그 모습이 남아 있다. 만날 때마다 같은 추억과 경험을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똑같은 말을 반복해도 그저 좋다. 선물을 전해주는 지인들도 있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내 생각이 나서, 나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여행을 다녀와서, 어떤 이유든 선물을 받게 되는 순간이 있기에 더욱 따뜻해지는 겨울이다.
요즘은 깜빠뉴와 호밀빵에 빠져버렸다. 신경성 대장염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내 체질에, 빵은 사치이자 독이 든 술이었다. 하지만 요즘 빵집에서는 단맛을 많이 뺀 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중 나는 깜빠뉴를 사랑한다. 깜빠뉴를 먹으면 입천장이 벗겨지기도 한다. 단맛이 없어서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나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이 좋다. 담백해서 오래 씹을 수 있고, 고소해서 입안에 오래 풍기는 향이 참 매력적이다. 급하게 가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깜빠뉴 같은 빵이야 말로, 다른 빵보다 더 손에 간다.
12월 동안 요가 수업을 홀딩했다. 12월엔 약속도 많고 바빠서 요가 학원에 매일 갈 자신이 없었다. 한 달을 쉬니 벌써 몸이 무겁고 찝찝한 기분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배가 부른 상태 그 느낌이 매일 지속되고 있다. 참 사람이 간사하다. 매일 그렇게 땀을 흘리고 몸을 유지하다가, 잠깐 요가를 쉬게 되니 살들이 다시 올라온다. 살이 바로 찌고 바로 빠지는 체질이라고 내 숙명으로 받아야들여지. 그래도 집에서 간단한 다운독이나 업독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8년이 되면 어떤 것들에 감명을 받고 사랑을 주고 나를 변화시킬지 참 궁금하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요가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고, 글은 계속 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