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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서 Mar 24. 2019

마케터에게 유용한 “고객을 인터뷰하는 6가지 기술"

작년부터 전문 코치와 회원을 연결해주는 방문 트레이닝 플랫폼 서비스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쉽게 말해 헬스장에 가지 않고, 집으로 코치가 찾아와 집에서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경험을 전달해주는 서비스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1년 동안 대략 50명이 넘는 코치와 우수 코치 4명을 인터뷰했고, 2명의 고객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코치와 회원의 니즈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시작한 인터뷰는 마케팅 영감부터 회사 사업의 운영까지 개선해주는 중요한 업무다.


코치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코치의 수업 스타일과 차별성에 대해 파악한다.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카피라이팅을 거쳐 코치 개인의 프로필 페이지를 완성한다. 고객 인터뷰는 영상 녹화를 함께하여 고객 후기 인터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지금까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업무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생각해봤다. 산전 요가를 진행하던 임산부 회원님께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다. 임신을 해보지 않은 내게 어쩌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임산부는 배가 많이 나오는 중기부터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집과 조금이라도 거리가 있는 운동 센터는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 산전 요가 수업은 오전과 낮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산모는 산전 요가 수업을 듣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 산전 회원님들이 어떤 상황때문에 방문트레이닝에 대한 니즈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회원님과 실제로 운동을 진행하는 코치님은 그야말로 회원님과 가장 접점에 있는 중요한 분들이다. 코치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로 우리 회원님은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 방문 트레이닝을 신청하시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터뷰가 하나의 업무가 되어가고 있었던 찰나에, 이틀에 걸쳐 운이 좋게 인터뷰 선배님들을 만나 인터뷰의 본질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기자 생활을 20년 넘게 하신 헤이조이스 나리 대표님과 퍼블리(PUBLY) 제품팀에서 Growth Lead로 일하고 계신 민우님을 만나 인터뷰의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듣고 왔다.




<헤이조이스 나리 대표님이 말씀하는 인터뷰>


헤이조이스 리포터 모임에서 나리님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1. 표면적이고 뻔한 질문은 하지 말자. 디테일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집요하게 하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처럼 표면적인 질문도 물론 좋은 질문이지만, 이런 질문은 인터뷰이에게 깊이 있는 답변을 얻어내기 힘들다.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이 사람을 인터뷰이로 선정한 이유에 걸맞은 질문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뷰이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필수다. 만약 인터뷰이가 유명인이라면 구글링을 통해 기본적인 조사를 끝내야 한다. 인터뷰이가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면, 인터뷰 주제의 적합한 질문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있는 인터뷰가 가능하다.


중구난방의 질문과 기본 팩트 체크가 되어있지 않은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는 결국 좋은 인터뷰를 완성할 수 없다.


2. 인터뷰는 나의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나만 할 수 있는 나의 질문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물어보는 질문지를 정할 때, 인터뷰어의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자칫 인터뷰가 길어지면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과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본인이 명확해야 한다.


중심이 잡힌 인터뷰를 하면 인터뷰이 본인도 몰랐던 무의식의 가치를 꺼내어 의미를 더해줄 수 있다. 인터뷰는 합법적으로 인터뷰이의 세계를 끄집어낼 수 있는 행위의 자격을 얻는 것과 같다. 인터뷰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위대함을 발견하고, 빛을 밝혀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내가 회사에서 우수 코치님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터뷰를 진행할 때, 참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낀다.


3.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할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를 잡아야 한다.  


1번부터 5번까지 인터뷰 질문지를 순서대로 질문할 때 1번을 물어보면 인터뷰이가 갑작스럽게 5번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뷰 중 생각하지 못한 내용을 발견하거나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올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예상치 못했던 것을 파고들 수 있는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


디테일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란 "예, 아니오."로 끝나는 질문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또한 핵심 내용을 무엇을 잡는지에 따라 인터뷰의 제목은 정말 달라진다. 나리님이 예시로 말씀해주신 KT의 5G 서비스 출시와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면 (5G 론칭 서비스 / 5G 이제야 시작?!)처럼 기본 조사가 바탕이 된 경우와 아닌 경우, 하나의 주제도 각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기사가 발행된다고 말씀해주셨다.



<퍼블리 Growth Lead 민우님이 말씀하는 인터뷰>


성수동 카우앤독에서 민우님을 만났다.

1. 질문의 대답을 들어도 ‘왜’를 물어본다.


인터뷰어가 대답한 사실에 대해 한번 더 구체적으로 '왜'라고 물어본다. 내가 이해한 것과 인터뷰어가 말한 의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단답형 대답으로 끝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열린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초반부터 뎁스 있는 질문보다, 가령 아침에 어떤 교통수단을 탔는지 등과 같은 최근의 기억으로 인터뷰 워밍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회사 발전에 필요한 '왜'를 파악하기 위해서 인터뷰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하고 인터뷰를 시작해야 한다. 내가 인터뷰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인터뷰의 목적이 달라지고, 인터뷰이가 달라지고, 어떤 환경에서 인터뷰를 하는지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에 대한 재설정이 목적이 될 수 있고, 연관된 비즈니스 모델을 리서치하는 등 목적에 따른 질문의 종류와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2. 고객에게 솔루션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숙제를 떠넘기면 안 된다.  


"앞으로 우리 회사가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나요?"

"우리 서비스의 가격이 00 정도면 어떨 것 같나요?"


클리셰적인 질문, 솔루션을 물어보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터뷰이가 경험하지 않은 내용은 스스로도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 의향이나 솔루션보다는 그들의 경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좋다. "요즘 어떤 유튜브를 즐겨보나요? 테크, 뷰티, 일상?"처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제시하는 것도 좋은 질문은 아니다. 먼저 제시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먼저 선택지를 주면 고객은 보기에 이끌려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예시로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민우님이 그룹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고, 1 대 1 인터뷰를 선호하시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씀하셨다. FGI(그룹 인터뷰)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집단 사고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인터뷰 상황에 맞게 적당하게 판단을 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3. 인터뷰를 통해 얻은 피드백을 반영할 대표의 의사 결정과 의지가 중요하다.  


체력과 자본을 소진해서 내가 열심히 인터뷰를 하더라도 팀에서 반영할 의지가 없으면 인터뷰는 마케팅 소재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의 쟁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사업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반영할 건지, 인터뷰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팀 내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개선을 해서 사업을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개선 의지.


인터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조직이 준비한다는 의미는, 만약 고객이 가격에 대해 비싸다는 의견이 계속 반복이 되면 가격을 담당하는 제품팀에서 충분히 반영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고객의 피드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서 대응을 해야겠다는 팀 리더와 대표의 의지가 필수다.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님은 고객 인터뷰 내용을 반영해서 의사결정을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민우님은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고 계신다. 단일 콘텐츠에 대한 가격 측면의 문제가 계속 있어 왔고, 민우님께서 인터뷰를 통해 반복적인 고객 의견을 모아 결국 멤버십 결제로 퍼블리 서비스를 반영하셨다고 한다.





나리 대표님과 민우님의 인터뷰 목적과 대상은 분명 다르다. 쉽게 말하면 나리 대표님의 말씀은 우수 코치를 인터뷰할 때 반영하면 좋을 내용이고, 민우님의 이야기는 회원님들을 설문 조사하고 인터뷰할 때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사항들이다. 하지만 두 분이 말씀하신 인터뷰 본질 중 2가지는 맥락이 같았다. 인터뷰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인터뷰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두 가지가 인터뷰의 척추, 중심이 되어야 좋은 인터뷰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체력과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크다. 내가 말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타인의 말에 집중해서 다음 질문까지 생각하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뷰가 마케팅 업무에 가져다주는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내 체력이 버텨주는 한 인터뷰 업무는 계속 끌고 가고 싶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업무의 목적의식이 분명해졌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 내는 마케터에게 인터뷰는 최고의 인사이트 수단 중 하나고, 우수 코치님들께 앞으로도 오랜 시간 함께할 동료라는 점과 삶의 가치를 찾아드리기 위해서 고객과 코치의 인터뷰는 진심을 다해 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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