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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기억 증후군

by 김이서

기억은 되돌릴 수 없다. 내가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우리의 기억 저장소는 숨 가쁘게 일을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우리의 기억에 행복만이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슬픔과 분노와 우울도 함께 존재한다. 행복한 기억만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은 과거를 내려놓지 못하고 과거를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과거의 짐은 생각보다 무겁다. 과거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그 짐에 잡동사니를 더 얹어 어깨에 들고 다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이다. 오래된 기억으로 우리는 배움을 얻어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 하는 반면, 과거의 실수 때문에 갇혀 사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한 채 죄책감으로 좁은 틀에 살아야 할까?


다행히 우리는 과거의 짐을 털어내고 부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우선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엄청난 위로를 얻는다. 이야기를 하며 내 생각의 뇌를 정리할 수 있고 나 자신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질문을 하는 버릇이 있는데, 대답의 반은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나 스스로 대답을 한다. 두 번째로는 첫 번째 방법과 연결이 될 수 있는데,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땐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 순간의 시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말은 즉, 우리는 현재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 관심을 본래의 상태인 현재의 시간으로 데려온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으로 변화된다.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며 가로막을 수 있는 과거는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현재를 가로막을 수조차 없는 과거는 도대체 나에게 얼마나 작은 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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