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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왜 망토를 입을까

by 김이서

영화 <배트맨 v 슈퍼맨>에서는 제목처럼 배트맨과 슈퍼맨이 등장한다. 극중 배트맨은 슈퍼맨의 엄마를 구하러 간다. 위험에 처한 슈퍼맨의 엄마는 배트맨이 구하러 오자 이렇게 말한다. “망토를 보고 아들 친구인걸 알았어요!” 방금까지 죽을 고비를 겪었던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하기에 조금은 개연성이 부족하지만,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슈퍼맨과 배트맨은 치렁치렁하고 무거운 망토를 굳이 입고 있을까?


망토를 입는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공기 중에서 망토가 팔랑거려 날개처럼 추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혹은 망토 안에 우리가 모르는 비밀스런 추진력을 가진 장치가 설치되어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슈퍼맨은 인간이 아니고 중력에 강한 크립토나이트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생각한다면 과학적 소견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슈퍼맨은 과학이 아니고 공상인 것을 감안한다면, 망토는 단지 슈퍼맨의 폼을 잡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 즐겨보던 만화의 호빵맨과 명탐정 코난의 괴도키드 또한 망토를 두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하늘을 날아다닌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펄럭이는 망토 때문에 더욱 역동적이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웅의 사기를 높임과 동시에 위엄을 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망토는 제격이다.


하지만 단지 폼 때문에 망토를 둘렀다고 생각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내가 만약 슈퍼맨이라면 절대 망토를 입고 하늘을 누비지 않겠다. 움직일 때마다 거추장스러운 망토가 방해만 되고 적에게 노출되기 쉽다. 오히려 현실성을 강조한 몸짓이 빠른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이 등장하면서 망토의 필요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한 달 전에 개봉한 영화에서 슈퍼맨은 당당하게 망토를 두르고 있다. 슈퍼맨은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펄럭거리는 망토를 휘날리며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비행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생명의 안전함을 느낀다. 망토는 실용성을 뛰어넘어 아마 히어로의 상징으로 존재하며 사람들에게 ‘슈퍼맨’과도 같은 능력이 생겨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망토를 두르고도 적과의 싸움에서 멋있게 승리하는 슈퍼맨. 앞으로 망토를 두르는 히어로의 수는 지극히 줄어들지라도, 슈퍼맨의 어깨에는 항상 망토가 씌워져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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