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인문학 수업을 꿈꾸며

by 김이서

졸업을 앞두고, 패션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 큰 꿈이 생겼다. 언젠가는 ‘패션 인문학’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다. 현재 대부분의 의류학과 학생들은 패션이론 과목인 패션 마케팅이나 패션유통 등을 배우고 있다. 나는 대학 4년을 다니면서 패션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와 패션 바이어들의 업무에 관해서는 빠삭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정작 패션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패션 인문학은 공부하지 못하고 졸업을 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패션과 인문학이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조사하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성공한 브랜드는 그들만의 인문학적 철학을 패션에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주는 인문학적 가치가 녹아있는 제품들은 고객들에게 소비를 넘어 의미 있는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패션 상품에 인문학 스토리를 담게 되면 고객은 소비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제품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제품과 관련된 인문학 지식도 소소하게 알아갈 수 있는 마음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로 마케팅 했던 파타고니아 브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등산 애호가였다. 실제 그는 산을 오르던 중 암벽 사이에 모양이 뒤틀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암벽 등반용 쇠못인 '피톤' 때문이었는데, 쇠못을 바위에 박고 파는 과정에서 산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 후 파타고니아는 피톤 제조를 즉각 중단했고 암벽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 알루미늄 초크를 만들어 깨끗한 등산 캠페인을 펼쳤다.

‘우리가 최고의 옷을 만드는 이유는 오랫동안 옷을 입어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20년째 같은 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본 쉬나드의 철학이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산업에서 매출 2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우리에게 자신의 패션 철학을 제품에 담아내며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매년 매출의 1%를 사회 공헌 활동에 이바지하고 있다. 올바른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에는 인문학적 디자인이 담겨있다. 인문학적 디자인은 타 브랜드와 다른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었고, 패션 철학이 고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동물을 학대하지 않기 위해 죽은 거위의 털만을 사용해서 제품 생산을 했다는 파타고니아. 소비자의 선택은 기업의 도덕적 이미지에 달려있다. 기업의 도덕적 이미지는 제품에 담긴 인문학적 디자인으로부터 출발한다. 결국은 제품에 철학을 담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지닌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패션 인문학 수업이 꼭 개설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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