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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돌고 깨끗한 패션도 돌아야 한다

by 김이서

명동역을 나와 걷다 보면 수많은 패션 브랜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SPA 브랜드는 번화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장 중 하나이다. SPA 브랜드는 싸고 노멀한 디자인의 옷이 많아서 웬만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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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PA 브랜드는 남모르게 조용히, 비윤리적 패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관심을 좀 더 갖게 되면 SPA 브랜드의 노동력 착취 문제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게 된다. 실제로 필자는 모 브랜드 취업설명회를 작년에 들었던 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글로벌 SPA 브랜드 중에서도 값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 그때 당시 설명회에서 담당 직원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의 재 구매율을 위해서 질이 낮은 원단을 사용하여 값이 싼 옷을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패션 소비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옷들을 태우고 썩히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더 이상 그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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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브랜드 소비를 절대 하지 말자라는 것은 아니다. 이미 무시무시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브랜드에 불매운동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 해도 계속해서 또 다른 SPA 브랜드는 우리를 유혹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윤리적 패션 소비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우리가 집중하는 트렌드를 놓칠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 패션의 손을 드는 것이 SPA 브랜드의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 은 리사이크링(recycling)과는 다른 뜻이다. 리사이클링은 기존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제품의 특성을 살리고 실용성과 스토리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마한다. 업사이클링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참신한 스토리를 더해 비윤리적 패션 환경에서는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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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 (Frei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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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 브랜드를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라이탁의 가방은 방수천막으로 재탄생되었다. 스위스의 프라이탁 형제가 방수천막을 덮고 지나가는 트럭에 영감을 받아 제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위스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가 와도 젖지 않는 가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방수천막을 분해하는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매번 다른 방수천막으로 가방을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있다. 이 점이 프라이탁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고 소비자들 또한 자신이 윤리적 패션 소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스토리와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는 브랜드라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를 한다. 윤리적 패션이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소비를 통해 언제든지 윤리적인 패션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아직은 수작업 과정이나 제조 과정의 걸림돌이 많지만, 업사이클링 패션은 머지않아 트렌드가 될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브랜드보다, 자신을 웃게 만드는 브랜드의 편에 손을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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