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관계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마케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콘텐츠 마케터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어갔다. 이제는 우리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 우리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채널과 콘텐츠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고객이 유입되어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만큼 짜릿한 경험은 없었다. 최근까지도 콘텐츠의 내용, 구성, 디자인, 기획에만 집중을 하는 일이 콘텐츠 마케터로 최선을 다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콘텐츠의 미래>를 완독 하기 전까지 말이다.
마케터들이 함께 모여 마케팅과 관련된 책을 1권씩 읽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알아보는 헤이조이스 영.마.살 모임을 매 달 참여하고 있다. 6월에는 <콘텐츠의 미래>를 읽고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연결 관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700페이지가 넘는 <콘텐츠의 미래>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자 연결 관계, 제품 연결 관계, 기능적 연결 관계, 광고와 교육에 걸쳐 끊임없이 연결된 사례들 안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우리는 '연결성(connection)'에 주목했고, 챕터별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기업과 연결성을 담고 있는 한국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함께 논의하고 토론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사업의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의 연결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나조차 콘텐츠를 기획할 때 고객 한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곤 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여러 고객을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 나타나는 연결 관계를 보지 못하는 점을 짚어 냈다.
연결 관계는 네트워크 효과, 선호도 연결 관계, 고정비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연결 관계를 최대한 잘 활용한 우버, 에어비앤비, 십스테드 같은 기업들을 살펴보면, 이들 상당수는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고 오직 연결 관계를 통해서만 수익을 창출했다.
아마존의 사례를 살펴보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아마존은 긴 시간을 투자해 전국에 배송 센터를 짓고 최적의 배송 시간을 위한 알고리즘 개발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5년 이상을 투자한 엄청난 경쟁력을 고객 주문 처리 과정과 창고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제3의 소매업자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아마존이 네트워크 효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단순한 제품 판매 역할을 넘어가 플랫폼 소유로 비즈니스를 전환했다. 소매업 플랫폼으로 누구라도 아마존의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 있게 만들었고,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얻기 위해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미리 전략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 혼동할 수 있는 점이 바로 규모의 수익과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을 잘 구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규모에 의지한다면 언젠가 자본이 있는 다른 경쟁 업체에서 사업을 따라잡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앞서가면 모든 것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보완재의 역할로는 애플의 아이팟으로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애플의 성공 요인을 혁신과 사용자 편의성, 디자인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저자 바라트 아난드는 애플의 성공 요인을 보완재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아이팟의 초기 성공은 소프트웨어 보완재인 아이튠즈(itunes)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 당시 mp3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음원을 다운받기 위해 별도의 사이트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아이튠즈 스토어는 달랐다. 아이튠즈 스토어에 가면 20만 곡 이상을 클릭 한 번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두 가지를 적극 활용했다. 아이튠즈에서 한 곡을 다운 받는데 99센트의 저렴한 가격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고, 아이튠즈 소프트웨어를 PC에도 설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애플은 사실상 99센트를 지불해야 하는 하드웨어에서는 거의 이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인 아이팟으로 훨씬 많은 이윤을 남기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음원 가격을 최대한으로 낮추고 아이튠즈를 쉽고, 싸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재를 거의 공짜로 제공한 셈이다.
하드웨어를 대량 생산하던 기업에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켰던 애플의 사업 방향이 결국 제품 연결 관계로 설명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비즈니스는 <The Economist>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이코노미스트>는 1843년 창간한 주간지로 비즈니스, 정치, 경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무관심할 정도로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에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 2009년 인쇄 산업 역사상 최악의 해였던 때에도 <이코노미스트>는 6퍼센트 정도 수익이 성장했고, 광고 수익과 영업이익 모두 25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나는 단순하게 <이코노미스트>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고품질의 콘텐츠 제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 아난드는 <이코노미스트>가 하지 않은 것에 집중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뉴스 속보 기사, 탐사 보도 기사를 쓰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막대한 에너지와 인력이 필요한 취재 뉴스 대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규칙적인 논조로 의견을 낸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아무 기사나 두 편을 골라 읽으면 똑같은 사람이 쓴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많은 미디어가 품질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이코노미스트>는 일관성 유지를 위한 편집과 구성 방법에 온 힘을 기울인다. 나는 여기까지만 읽고도 미디어 콘텐츠에서 일관성 유지가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문장을 읽고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라운 해답을 읽을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은 단지 뉴스 정보를 찾고 있지 않았다. 아니, 더욱 수준 높은 기사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많았다. 독자들은 뉴스가 아닌 조리 있고 일관성 있는 시각을 제공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자 개인이 아닌 모든 사람의 집단적 의견을 결과물로 전달한다. 한 명의 기자에게 기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기사 옆에 기자의 이름을 넣지 않는다. 크고 다양한 목소리가 아닌, 하나의 목소리에 포커싱을 한다. 이런 일관성이 수습 개의 기사에서, 수백 개의 나라를 다룬 기사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변화에 대한 대응을 거부했다. 정가를 지불할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만 독자 인수 비용에 돈을 쓴다. 또한 잠재적 글로벌 독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다음, 전통적인 마케팅과 소셜 마케팅 방식을 혼합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를 읽는 독자는 <이코노미스트>만의 일관성과 지위를 읽는 경험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콘텐츠의 품질보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콘텐츠 간의 연결 경험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깃이다.
이 책을 읽고 핵심 제품과 콘텐츠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정의하지 않는 점에 완전히 매료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스몰 비즈니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고 시도해볼 수 있는 점을 생각해봤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를 떠올리기 전에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는 고객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싶어 졌다. 아마존이 다른 소매업자들에게 창고를 내주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내고, 아이팟으로 아이튠즈의 보완재를 낮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코노미스트>처럼 경쟁 브랜드가 흉내 내기 힘든 무궁무진한 연결성을 만들어내는, 그런 마케팅을 하고 싶어 졌다.
남들이 따라 하지 않을 용기를 장착하고
언젠가는 연결 관계를 창출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마케터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