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있던 소설을 내팽겨친지 한달 가까이 됐다.
그 까닭은 아내의 한마디였다.
한달 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소설을 아내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구했다.
"어때?"
"글쎄... 이해가 잘 안되는데. 인물들이 왜 이렇게 행동을 해?"
"마음의 상처와 불안을 가진 인물들이니깐..."
"근데, 이 부분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고.... 이 상황은 억지인 것 같고..."
아내를 설득하기 위한 설명이 길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아내에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며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앞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다 나와 있는데.... 제대로 읽은 거야?"
아내가 잠시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미안한데.... 재미가 없어."
재미가 없다. 내 소설이.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한달 간 글을 쓰지 않았다.
사실 아내의 그 말은 좋은 핑계거리였다. 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소설을 완성짓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그만두기에는 왠지 자존심이 상해 아내의 말 뒤에 숨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