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중구 형.
'딱히' 이룬 것은 없지만, '그저' 잘 버티고 있다는 이유로, 가끔 스타트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대화 요청을 받을 때가 있다. 화상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거절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딱히', '그저'인 '솔로 파운더'이기 때문에, 나에게 궁금해하는 것과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다.
어제는 홍콩 출신으로, 현재 프랑스에서 MBA 과정에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한 시간 가까이 다양한 주제들로 빈틈없는 대화를 나눈 것 같았는데, 되짚어 보니 한 문장이었다.
솔로 파운더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Co-founding vs. Solo, 홀로.
- 역할: 분야(기술/산업/언어/지역/문화 등)에 있어 분담이 필요한가.
- 자본: 초기 자본을 혼자서 마련할 수 있는가.
- 아이템: 분쟁의 여지없이 소유권이 명확한가.
- 투자: 공동창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
- 심리: 기호(또는 선호)의 문제를 넘어 버텨낼 수 있는가.
- 리스크: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
공동창업은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결심하거나 또는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인 창업은 대부분의 조건이 맞을 때에 결심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Solo-founding이 가능하려면,
우선, 보통의 솔로 파운더가 그러하듯, 나 역시 지분에 대한 고민 끝에 1인 창업을 선택하였다.
말했듯이, 1인 창업을 위해서는 위에 나열한 항목들의 혼자서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역할
보틀리스는 한국에서 개발 및 제조하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기능적으로는 개발, 제조, 세일즈의 역량이 필요했다.
지리적으로는 한국과 프랑스에 위치해야 했다.
언어적으로는 최소한 우리말과 영어를 해야 했다.
문화적으로는 미국과 달리 낯선 유럽 문화에 익숙해야 했다.
부끄럽지만, 다행히 나는 경영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였으며, 간신히 내 제품을 소개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를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지리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에 대해서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냥 가서 살기로 하면서 1인 창업을 확정 지었다.
자본
대한민국에서 창업을 시작한 덕에 다양한 초기자본 획득 경로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주체 별로 보자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민간의 지원사업이 있으며, 생애주기에 따라서도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K-startup 포탈에서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초기 스타트업에게 우리나라만큼 좋은 환경을 아직은 보지 못했다.
나 역시 4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사업을 통해 확보했다.
아이템
아이템이란 사업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 IP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투자
1인 창업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투자자들은 공동창업, 좋은 팀을 선호한다. 넘기 쉽지 않은 벽이다.
나 역시 그 벽을 쉽게 넘지는 못했다. 좋은 엔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 역시 3년의 벽을 넘기지 못했을 것 같다.
심리
창업자의 멘탈은 그 무엇보다도, 어쩌면 자본보다도, 스타트업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문제이다. 빠른 성장으로 팀을 꾸린다 해도, 이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창업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창업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이 편한 성향이다. 이전 스타트업 역시 1인 창업을 통해 10년 가까이 혼자 운영했다.
리스크
투자자 관점과도 맥이 닿는 면이 있는데, 둘 혹은 그 이상의 의사결정이 혼자의 의사결정보다 낫다고 말한다. 나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의사결정은, 애초에 집단지성과는 다른 문제이다.
나는 오히려 혼자였기 때문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정
1인 창업인지 공동창업인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항상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은 온전히 본인에게 달린 몫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장점들도 있다. 그럼에도 극복해야 할 것들을 위주로 설명한 것은, 장점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바야흐로 AI의 시대이다. 운동의 최대 적은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AI 최대 적은 AI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만, 혹시 1인 창업을 결정한다면, 오늘보다 더 좋았던 때는 없다고 확신한다. 내일은 더 좋아질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