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결국은 피어날 꽃봉오리야.
영업에도 육하원칙이 있다. 저마다 '누가(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에 대한 고민과 고충이 있다.
내 경우는 '무엇'과 '언제'가 문제였다.
아이러니.
무려 7년 간 보틀리스는 프로덕트리스productless 상태였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지만 하드웨어가 없었다. '무엇'의 결핍이 만들어낸 심각한 아이러니였다.
딜레마.
보통의 경우 영업의 '언제'는 제품을 팔 준비가 되었을 때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언제'가 언제일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 만도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도,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였다.
선택.
현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나의 현장은 프랑스였다. '어디'이자, '누가' 있는 곳이다. 현장에는 늘 '어떻게'에 대한 답이 있다.
더이상 가만히 있지 않기로 선택을 했으니, 딜레마는 해소되었고, 남은 것은 아이러니 하나뿐이었다.
꽃봉오리.
구매자는 투자자와 달랐다. 투자자는 꽃봉오리를 보여주면 어떤 꽃이 피게 될지 상상을 하고 거기에 베팅을 한다. 하지만 구매자는 애써 상상하려 하지 않는다. 꽃을 찾는 구매자는 꽃이 아닌 상태에 굳이 지불하지 않는다. 과정을 팔기 위해서는 꽃을 그려 보여줘야 했다. 그렇게 '무엇'의 결핍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일단은 보완했다.
아이러니.
현장에 오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채널들에 닿을 수 있었다. 관심과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수요 확인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 충분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는 없었다. 여전한 아이러니였다.
제품은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난 후에야 완성되었다.
현재, 그때 닿았던 선들이 여전히 전부 유지되고 있지는 않다. 과정이 아닌 결과를 가지고 영업했다면 달랐을까? 선택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내가 가졌던 아이러니와 딜레마가 절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주저하지 말고, 좋은 그림을 그려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