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워도우처럼

물, 밀가루, 소금으로만 만드는 사워도우

by regina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생각, 오늘은 뭘 먹을까?


일에만 매몰된 삶을 살던 내가 언젠가부터 삶의 균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예전에는 눈 뜨면 오늘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목록을 좌라락 정리했는데, 이제는 오늘의 식단부터 생각한다. 건강하게 먹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의 반영이라고 할까.


밥 해 먹기를 귀찮아하는 나에게 건강하면서도 가장 간단한 식단이 사워도우와 샐러드인 것 같아서 최근에 사워도우 빵을 자주 만든다. 사워도우는 천연발효종으로 만들어서 약간 시큼한 향이 나면서 쌉싸름한 맛이 느껴지는데 이 두 개가 조화를 이루기에 풍미 가득한 맛이 나는 빵이다.


빵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분량의 밀가루와 물을 섞어서 반나절 정도를 그냥 둔다. 그러면 알아서 글루텐이 형성되어 점성이 생긴다. 이 정도면 적절하다 싶을 때 르방이라고 부르는 발효종(어차피 이것도 밀가루와 물만 며칠에 걸쳐 숙성시켜 만든 것이다)과 소금 극소량을 고루 섞은 후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서너 번 반죽을 접어주면 거의 완성이다. 이렇게 만든 반죽은 처음보다 부피도 커져 있고 표면도 반들반들하니 빵실해져 있다. 이것을 이제 냉장실에 넣어 16시간 정도를 발효시킨다. 보통 밤에 냉장실에 넣고 다음날 일어나서 반죽을 확인하면 넣었을 때보다 부풀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집에 있는 오븐을 최고 온도로 1시간 정도 예열시키는 것으로 빵 구운 준비를 시작한다. 예열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반죽을 꺼내어 덧가루도 뿌리고 잘 부풀어 오르도록 쿠프라고 부르는 칼집도 낸 후 오븐의 뜨거운 열기가 빠지지 않도록 후다닥 넣는다. 물론 이때 부드러운 빵껍질을 만들기 위해 스팀을 주고 15분 정도 오븐의 불을 끄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열기 가득한 오븐 안에 15분 정도 두면 빵은 한껏 부풀어 올라 우리가 익히 아는 빵의 모양새를 갖춘다. 마지막 15분은 다시 오븐을 켜서 뜨거운 바람을 맞도록 하면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껍질의 빵을 얻을 수 있다.


빵 만들기 참 쉽죠?

한 줄로 요약하면 물, 밀가루, 소금만 넣어 섞은 후 시간을 두고 발효시켜 구우면 된다는 말. 빵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별 것 아닌데, 빵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것은 모두 '적절한 타이밍'과 '적절한 상태'이다.


사랑도 이와 같다. 사랑을 함에 있어 필요한 것은 실상 별 것 없다. 마음과 시간과 돈, 사랑을 반죽할 때 필요한 재료는 그 정도가 다이다. 빵을 만들 때에도 재료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야 하듯, 사랑을 할 때에도 돈이 엄청 많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일정한 분량과 비율로 섞어야 하기에 아무리 많아도 사용되는 양은 정해져 있다. 물론 남으면 다음에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 질문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남겨둔 재료는 신선도가 떨어져 빵 맛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즉 필요한 정도만 그때그때 있으면 된다.

빵을 만들 때에 반죽을 계속 만지면 글루텐이 과하게 형성되어 빵이 질겨진다. 시간을 너무 적게 주면 빵이 제대로 발효되지 않아서 딱딱해지고 시간을 너무 들여서 오래 발효시키면 글루텐 조직이 다 풀어져서 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관계 형성에 집착하면 빵에 글루텐이 과하게 형성되듯 상대와 '나'가 딱 붙어버려 사랑을 크게 키울 수 없다. 또한 빵도 발효시킬 시간이 필요하듯 사랑을 할 때에도 각각의 개인이 성숙할 수 있도록 그냥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도 너무 적으면 성장이 안되고 너무 길게 두면 사랑이 흩어져버린다.


빵을 만드는 것처럼 사랑을 만드는 것도 결국 중요한 것은 '적절한 상태'와 '적절한 타이밍'이다. 이 적절한 상태와 타이밍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관심을 갖고 가만히 잘 지켜보면 된다, 들쑤시지 말고 조용히 그리고 자주. 더 빨리 더 많이 부풀게 하려는 것이 빵을 망치듯, 사랑도 내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욕심내지 말고 그냥 그대로 상대를 인정하고 가만히 지켜볼 때 가장 잘 만들어진다.


빵도 뜨거운 열기 속에 잠자코 있다가 한껏 부풀면 뜨거운 바람을 또 쐬 듯, 우리의 사랑도 한껏 부풀었다 싶으면 또 뜨거운 시련이 닥치게 마련이다. 그것을 견디면 겉바속촉의 따끈따끈한 사랑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사랑도 빵처럼 시큼한 향과 쓴 맛을 품고 있겠지. 하지만 사워도우처럼 나는 그런 사랑이 풍미도 높고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아, 물론 말랑하고 달달한 식빵이 더 입에 맞는 사람도 많다. 그들의 취향도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