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왜 먹어?

케이크 가격 책정의 비밀

by regina

작년 크리스마스에 40만원 상당의 ㅅ호텔 케이크가 최고가를 찍었다. 그마저도 예약하지 않으면 구매할 수가 없는 정도. 나도 케이크를 만들지만, 물론 재료값이 상당하지만, ‘그 정도까지 최고가를 찍을 일인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항상 품절이지. 그게 참 신기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그 이유를 찾았다.


그동안 건강 이슈로 두문불출하고 있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친구들과의 모임을 잡았다. 항상 sns로 나의 베이킹 생활을 구경하던 친구들이 그간 맛보고 싶다고 말해 왔던 그 케이크를 만들어 가기로 약속했다. 사실 나는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 제과를 배우기 시작했던지라 극도의 내향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과 나에게 주어진 이 과제가 정말 신이 났다.


케이크에 들어가는 빵인 제누아즈는 케이크 만들기 하루 전에 구워 둔다. 그래야 숙성되면서 향과 맛이 골고루 배어 맛이 더 좋다. 케이크를 한 입 넣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맛은 생크림이지만, 그 뒤를 이 제누아즈라 불리는 빵 맛이 받쳐주어야 생크림의 느끼함을 잡을 수 있고 많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부드러우면서도 생크림과 잘 어울리게 은은한 바닐라 향이 나는 제누아즈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제누아즈를 만들기 위해 먼저 달걀을 살짝 데우고 설탕을 넣은 후 처음엔 강렬하게, 그 뒤에는 천천히 그리고 오래 휘핑을 하면서 거품을 만든다. 특히 생과일을 넣는 케이크를 만들 때에는 작은 기공이 조밀하게 구성되도록 휘핑해야 부드러운 맛과 함께 과일의 수분과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탄탄한 제누아즈를 얻을 수 있다. 충분한 거품이 만들어지면 가루류의 재료를 넣고는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리고 재빠르게 섞는다. 이렇게 정성스레 만든 반죽은 케이크 틀에 담을 때부터 이미 반질반질한 윤기와 말랑말랑한 질감을 자랑한다. 이것을 예열한 오븐에 30분 정도 구우면 폭신한 제누아즈가 완성이 되는데 뒤집어서 한 김 식혀야 이쁜 모양으로 완성된다.


그 다음 차가운 생크림에 설탕을 넣어서 강력하고 박력 넘치게 휘저으며 거품을 만들어낸다. 정확하게 말하면 휘저으며 공기를 포집해서 부피를 부풀리는 것이다. 이 또한 너무 많이 휘저으면 질감이 거칠어지는데 그러면 맛이 느끼해질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부드러운 생크림은 그 유지방과 설탕의 단 맛이 조화를 잘 이루어 케이크 전체의 질을 높여주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그 후 제누아즈와 생크림, 과일을 번갈아가며 쌓아 올리면서 케이크를 조립하면 된다. 사실 집에서는 이렇게 쌓아 올려 먹기만 해도 제법 맛이 난다. 하지만 모임에 갖고 가야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생크림에 여러가지 색을 넣고 짤주머니에 담아 하나하나 꽃무늬로 짜면서 장식을 한다. 깍지를 이용해서 크기도 모양도 다른 몇가지의 꽃으로 케이크의 구석구석을 장식한다. 마지막에 반짝이는 장식품을 붙이고 리본으로 포장하면 완성.


모임에 이 케이크를 가지고 갔을 때, 나는 비로소 케이크의 가치를 깨달았다. 입구에서부터 격렬하게 반겨주는 그 환호성, 케이크를 둘러싼 이들의 설레는 표정은 영상을 찍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할 만큼 빛나는 장면이었다. 케이크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혼자 만들어서 먹곤 했는데, 모임에서 즐기는 케이크는 확실히 달랐다. 그건 먹는 행위가 하니라 삶을 공유하는 또다른 방법이었다.

케이크는 조각조각 나누어 여러 명이 동시에 함께 즐기는 음식이다. 케이크 한 조각에 그 시간과 장소, 분위기가 모두 담겨있다. 우리는 케이크를 먹으며 그 순간의 달콤함을 공유하는 것이다. 케이크는 먼저 눈으로 먹고 그 다음 입으로 먹는다는 말처럼, 케이크의 디자인에 따라 그 모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케이크의 맛이 그 모임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결국 우리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삶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케이크가 매개물이 되어 또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겠지.


그간 나는 오랜 직장생활로 부정적인(?) 인간관계에 지쳐서 사람들을 만나기를 꺼려왔다. 아마도 나를 돌보기에도 급급하여 타인을 위한 에너지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삶 속에서 베이킹은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소중한 취미였다. 그래서 케이크를 나의 예술작품이라 생각하고 혼을 담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런데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니 이제서야 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 해준 이들의 표정이, 날 향한 마음이 그리고 그들의 삶이 보였다. 내가 가지고 간 케이크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싼 이들의 표정과 그 순간을 기꺼이 나와 함께 나누는 그들의 마음이 보였다. 그동안 나는 나를 위해, 다시 말하면 자기만족을 위해 케이크를 만들었지 타인의 행복을 위해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 호텔의 파티쉐들은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그들은 케이크를 만들 때에는 그 케이크를 나누는 이들의 행복을 빌면서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대량생산도 불가능하고, 또한 그러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만약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비싼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면, 거기에는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더불어 만든 이의 기도도 담겨 있음을 꼭 알아주세요. 분명 만들면서 케이크는 나누는 이들과 그 시간이 행복으로 충만하길 바라며 만들었을 거에요. 그리고 그 마음은 숫자로 적힌 케이크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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