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많은 별, 이렇게 가까운 진실

겨울밤, 조용히 내려앉던 별들과 질문들

by 김이곤

1. 지난해 12월 3일, 회사 선배의 집에 초대받아 들뜬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외곽에 있는 그 집에서,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저렇게 별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소맥 서너 잔을 기울이고 있었죠. 그때였습니다. 취재팀 메신저에 ‘계엄’ 관련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낯선 단어 ‘계엄’이 현실이 됐다는 사실에 순간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낯설고 무거운 그 단어.


▲ 한껏 들뜬 채 12월 3일 저녁을 기다리던 C모임


2.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부터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눈 깜짝할 새에 돌아갔고, 시국선언과 대규모 집회가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취재하던 리포트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찬반 양쪽의 탄핵 집회 취재는 고단했습니다. 추위에 몸을 떨며 기사를 쓰고, 여기저기 다니다 입이 얼어붙어 커피를 원샷한 뒤 생방송에 들어간 일도 있었습니다.


3. 취재진을 향해 “언론이 문제”라며 날 선 말을 던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혐오가, 어느새 언론을 향한 적대감으로 번진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밤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던 광장 위로, 많은 별이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대통령 탄핵부터 조기 대선까지 이어지는 동안, 다른 생각에 대한 혐오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부풀었습니다.


▲ 대규모 집회가 있으면 현장연결 라이브 방송을 하곤 했다.


4.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의견만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비판 의식을 갖고 보도해야 하지만, 때론 그 비판을 더 구체적으로, 날카롭게 해야 했었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여론 속에서, 뭐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좀 더 집요하게 따져봤더라면 어땠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되는 순간까지, 그 시간의 가장자리에서 펜을 들고, 마이크를 들고, 또 카메라를 들고 있었습니다.


▲ (사진 출처 :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기자들. 나는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었다.


5. 계엄 선포부터 조기 대선까지, 이렇게 중대한 뉴스들을 전하며 느낀 보람은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방송기자로서 많은 생각을 했던 일곱 달이었습니다. 여전히 별은 밝습니다. 수많은 사람 위에 조용히 떠 있는, 그렇게 많은 별. 시점의 거리에서 바라보자면, ‘저렇게’보다는 ‘이렇게’가 훨씬 더 가깝습니다. 별이 나를 내려다보고, 내가 별을 바라보는 이 시선이, 싸움이 아닌 응시로 바뀌는 세상이기를.


6. 멀기만 했던 것들이 이렇게 가까워지는 순간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밤을 건너며 오늘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명으로서, 남은 5개월도 무사히 잘 이겨내기를, 또 모두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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