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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Jul 30. 2020

"다른 이십대의 탄생" 인문학 토크 콘서트 후기


작년 가을, 길드다, 삼색불광파, 기웃기웃 협동조합 3개 단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다녀왔다. 가기 전부터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그 자리에 왜 가는 건지..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들과 우정의 연대를 쌓고 싶어서 가는 거라는 거. 그래서 참석 동기를 자기소개와 함께 나누는 시간에 그 말을 그대로 했다. 우정의 표현 중 가장 강력한 건 참석이니까, 그래서 왔다고.


책 <다른 이십대의 탄생>은 길드다 멤버 중 세 명이 같이 쓴 책이다. 다 쓰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에필로그에서 읽고, 그렇게 해서라도 이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조금 다른 삶을 시도해 본 경험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은 이유, 책의 형태로 세상에 남겨두고 싶은 이유, 그리고 이런 자리를 통해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유... 그것 역시도 어쩌면 우정을 쌓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삼색불광파는 발제에서, 자신들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까봐”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가 이십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기대하는 삶이란 단순하다. 길거리의 도 전파자들도 묻고 영어학원 동기들도 묻고 청년주택 면접관도 묻는 질문, “학생이세요?” 또는 “직장인이세요?” 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삶을 살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로 결심한다면? 그때부터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삶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공부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그리고 공부의 길을 갈 때는 동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파’로 모이고 ‘길드’로 모였다. 나는 ‘랩’으로 모였더랬다.


그렇게 복잡하고 설명하기 힘든 삶을 선택한 이들을 수시로 찾아드는 막막함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돈벌이다. 이 자리의 중심 주제 중 하나였으나 깊이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다음에는 더 얘기할 수 있겠지. 그리고 또 다른 어려움이 곧 외로움이다. 매일 매 순간 막막하고 외롭다. 그래서 다들 더 큰 동심원으로 모이기를 원한다. 각자의 그룹을 유지한 상태에서, 조금씩이라도 서로 교류하고 싶어한다. 그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상태였던 것 같다. 내 상태와도 비슷하므로, 나는 그들과 나를 연결지어 ‘우리’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긍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음을 기약했다. 신기한 게, 두 번째 만남이면 첨보다 두 배 반가울 줄 알았는데, 한 삼백 배 반가웠다. 세 번째 만나면 얼마나 더 반가울지 무서울 정도다. 이런 마음이라면 정말 뭔가 재밌는 걸 함께 해 볼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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