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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Jul 30. 2020

느티나무도서관의 20년을 듣다

전시회 NEW WAVE NEW LIBRARY 후기

2019년 4월, 경복궁역 근처 '팩토리'에서 진행된 NEW WAVE NEW LIBRARY 전시에 다녀왔다. 용인 수지에 위치한 사립공공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연 전시다.


전시는, 느티나무도서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컬렉션을 종이로 만들어 벽에 건 것과, 컬렉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사서의 레시피' 영상, 그리고 참여한 관객들이 남기는 방명록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컬렉션이다. 그 제목 하며 책의 라인업 하며, 분명 많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도 꼭 나만을 향해 말을 거는 듯 공감과 애정이 가득 느껴지는 컬렉션들이었다. 소설 디태치먼트와 자유학기제에 대한 보고서가 함께 포함된 "자유 학기제!" 컬렉션이라니, 정말 내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매일매일 멋진 스피커들과 함께한 북토크로 또 완성된다. 내가 참여했던 북토크는 느티나무도서관의 관장님이 주인공이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20년, 당연히 즐거웠을 테고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즐거웠고 어떻게 힘들었을까? 그게 궁금해서 참여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의 본질을 탐구하고 실천한다. 도서관은 너그럽고, 도서관은 기다린다. 도서관은 북돋아주며, 도서관은 말을 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러한 본질을 살려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사서들은 책을 구매하고 배치하는 일에 더하여 이용자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모아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하며, 동료들과 열띤 회의를 하는 것까지도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장은 도서관이 공공의 이용자들에게 잘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도(공공성) 이용자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써먹을 수 있도록 북돋는 방법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자발성). 자발성과 공공성의 교차지점, 거기에 느티나무도서관이 있다.


컬렉션 제목들이 다소 논쟁적일 수 있다는 지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직접적으로 그렇게 묻지는 않았지만 대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완벽한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느 날에는 비(미)혼 가족에 대한 책이 많이 대출되는가 하면, 어느 날에는 (혈연)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책이 많이 대출되기도 한단다. 그러한 긴장 섞인 균형 속에서 세상이 조금씩 변해 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묻는 관장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서는 21세기형 직업인가요? 인공지능이 보급되어도 사서가 필요할까요? 라는 십대들의 질문에, 무척 21세기형 직업이다, 무조건 사서는 필요하다 라고 대답하게 되기까지, 느티나무도서관은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아왔을까. 인간은 앞으로도 자기와 상호작용하는 대상이 인간이기를 바랄 것이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사립공공도서관'을 운영하며 재정적 한계에 많이 부딪히고 있다. 도네이션 하는 방법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정말로, 정부나 지자체가 세운 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도서관이 될 수 있었던 느티나무도서관에게, 정부나 지자체는 정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걸까? 고민과 희망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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