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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Jul 30. 2024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다시 기대하고.

저물어가는 약속

네가 처음 나에게 약속을 했을 때, 그 약속은 마치 나와 나의 마음을 더욱 굳건히 묶어주는 어떤 매듭 같았다.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던 너의 자신 있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나는 더 깊이 너를 사랑하고 신뢰했다. 하지만 어떤 균열도 없이 완고할 것만 같았던 우리 관계는 아주 작고 사소한 기만으로부터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도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하지만 내가 그렇게 발버둥 침에도 네가 나의 믿음을 저버릴 때마다 내 마음 한 구석이 조금씩 얼어붙는 것까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그 사실만은 변함없지만 너의 반복되는 거짓에 내 마음도 점점 병이 드는 것만 같다. 믿고, 속고, 다시 믿고 또다시 속고. 나는 아무렴 이제 네가 그 어떤 달콤한 말로 사랑을 속삭여도, 나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도 모두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사랑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네 안일함에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우리의 추억마저도 희미해진다. 너와 함께 행복한 그 순간들이 이제는 너무 멀게 느껴지기만 한다.


아마 나는 오늘 밤도 너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다가 그렇게 잠이 들겠지. 변함없는 미래에 잠시 기대를 품었다가 다시 좌절하며. 그리고 아직도 너를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늦은 여름밤, 이 더위처럼 뜨겁고 강렬했던 우리의 사랑도 이렇게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의 마음이 이렇게 소리 없이 꺼져가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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