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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Aug 25. 2023

"이간호사 왔구나"

엄마는 혼자서도 열 자식을 키워낸다는데...



적막해서 오히려 신비로운 시간    


요양 병동의 새벽 두 시는 고요함의 시간이다. 긴 겨울 한가운데 새벽은 더욱 그래서 슬그머니 찾아왔던 졸음마저 달아나게 한다.      

자정부터 한 시까지는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서 아직은 당신이 건재하다고 믿는 어른들의 느리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두시는 고요만 흐르는 시간이다. 온전히 나 하나만을 믿고 모두 잠든 때 나는 병동을 순회한다. 작은 플래시 불빛에 의지해서 바이털사인(vital sign)이 흔들렸던 환자 중심으로  병상을 돌며 잠든 어르신을 체크하는 간호사의 일.  





    

207

저혈당을 걱정해야 하는 김 할머니의 얼굴에 식은 땀방울이 있는지 슬쩍 손을 대어 확인하면 어르신은 얕은 신음 소리를 내며 괜찮다고 반응한다. 어쩌면 나의 방문을 기다리느라 잠들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옆에는 그제부터 폐렴진단을 받고 고열과 식욕부진으로 힘들어하는 박 할머니가 있다. 죽 한술도 넘기지 못해 영양수액으로 겨우 연명하는 상태이다. 몇 시간 전에는  “무서워.” “ 같이 가.” 라며 심한 헛소리를 했었는데 지금은 체온과 호흡이 정상이다. 다행히 또 한고비를 넘기는 것 같다. 이 밤이 무사히 지나길 기도하는 맘으로 그 곁을 지난다.     


창가에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신 안 씨 할머니가 보인다. 혹시나 딸에게서 연락이 올까 하여 연신 전화기 액정만 바라보는데 눈치 없는 간병사가 휴대전화를 멀찍이  치워버리는 바람에 심술이 났나 보다. 이불을 거칠게 끌어당겨 얼굴을 가린 채 잠든 할머니. 이불 한 자락 조심이 당겨 주름진 얼굴에 겨울 별빛 들게 하니 긴 숨 내쉬는 할머니가 ‘이 간호사가 왔구나.’ 아는 듯 슬픈 손짓을 한다.     






209호 

장 씨 할머니. 굳이 시계 보며 세지 않아도 어르신 숨소리를 들어보면 당신 꿈속에 작은 아들이 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호흡수가 두 개쯤 많아진 건 아마도 좋아하는 홍시가 아들 손에 들려 있기 때문일 거란 생각에 내 입가에도 미소가 흐른다.     


엄마는 혼자서도 열 자식을 키워낸다는데 그 열 자식은 한 분인 엄마를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없는 현실을 여기서는 자주 본다. 자식에게 부모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더니 당신의 온 인생을 다 퍼주고 남은 등걸에는 푸석한 먼지만 가라앉아 있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과 혹시 모를 두려움이 새벽 공기에 뒤섞여 있는 병동은 오늘도 고요와 소란을 반복한다.


 오늘도 2 병동에 아침이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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