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고슴도치 가시 같은 엄마였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멈추었던 많은 일상들이 돌아오자 딸의 외국 학회 일정이 잡혔다. 이번에는 멀지 않은 일본 홋카이도대학교에서 주관하는 국제물리학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고 했다. 딸의 전공은 화학이다.
극지연구소에서 극지방 환경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환경분야와 물리학까지 연구 범위에 들어왔다고 한다. 공부에 욕심 많은 건 아무리 가시 같은 엄마라 해도 말릴 재간이 없다.
출국 전 통화 중에 나태주 시인 시집《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에 나오는 '클라크' 흉상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잊지 않고 사진을 보내왔다. 학회 일정만으로도 바쁠 텐데 지나가는 엄마의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 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혼자서 애쓰며 목표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딸은 "살살합시다, 따라가기 힘들어요"라며 농담반 진담을 전한다. 엄마가 나이 생각은 않고 자꾸 일 벌여서 걱정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힘들고 슬플 수 있는 시간들이었음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딸과 아들 때문이었다. 이번 에도 동영상으로 보내온 딸의 PT를 보며 몇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과학자로서의 딸을 보았다.
"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자기네 영어를 한다."라며 씩씩하게 국제 학회에서 제 연구 실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딸을 보면서 나도 긍정 에너지를 받는다.
아들과 일본 여행을 하면 지나는 사람들이 아들에게 길을 묻는다. 리셉션 호텔리어는 아들이 일본사람인 줄 알았다 말하며 웃는다.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멋지게 살아온 내 아이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다. 지금은 내가 받은 행복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늦게 작가가 되었지만 노후에도 내 일을 갖고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으로 그들이 오래전 내게 주었던 행복을 갚고 싶다.
이 책의 서문에 언급했듯이 우리가 살아온 모습을 보며 지금 힘들어하는 싱글 맘, 싱글 대디 한 사람이라도 힘을 얻게 되면 나의 긴 글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곧 외할머니 된다. 가시가 빡빡한 거친 고슴도치가 아니라 배 아래에 감춘 고운 솜털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복돌이의 고슴도치 할머니로 살아갈 나의 날들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