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최고

by rosa


여행이 가진 또 다른 즐거움은 역시 쇼핑.

이번 여행에 가장 흥이 난 친구는 단연 K였다.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아들만 셋이다. 어쩌면 그래 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딸이 없어서...


처음 명품 가방을 가지게 된 날은 오래전 여름이었다.

딸이 남친 J와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던 날, 커다란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G사의 가방, 말로만 듣던 명품 클러치가 내 손에 들렸다. 한 번도 명품을 가져본 적 없기에 반짝이는 가방 든 손이 영 어색했다. 한동안 쇼핑백만 들고 다녔다. G사의 로고하나 박혔을 뿐인데 쇼핑백만으로도 얘깃거리가 됐다. 그렇게 종이 가방에 적응될 무렵 백을 들고 처음 간 곳이 하필 장례식장이었다. 시작이 그래서인지 첫 번째 백은 거의 장례식과 결혼식장에 갈 때만 드는 가방이 됐다.


그 딸이 결혼하고 처음 맞는 내 생일에 그 사위가 직접 사들고 온 P사의 토트백이 나의 두 번째 명품백이다. 잘 어울릴 거 같아서 골라왔다는 가방은 P사의 시그니쳐 모델로 G사의 가방보다 편하게 들 수 있었다. 데일리 백으로 사용해도 부담 없는 수수한 디자인이 편했다. 특별한 날이 아니래도 손에 쥐는 가방 하나로 기분이 좋았다. 거기까지가 사위에게 선물 받은 나의 가방 이야기 끝.


K가 백을 하나 사고 싶다고 했다. 아직 좋은 가방 하나가 없다는 그녀는 곧 다가올 상견례를 생각해서라도 하나쯤은 장만해야겠다고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었다. 명품을 내 돈내산 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직접 구매한 경험이 없어서 누구보다 그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큰 아들이 신용카드를 건네며 좋은 가방 사라 했다고 말하는 내내 낯빛이 붉었다. 그렇게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우리는 오키나와 T갤러리아에 몰려갔다.


명품매장은 향기가 다르다. 돈이 가지는 위력만큼 눈도 코도 즐겁다. 국내 매장에서는 허락된 시간에 삼엄한 경계 속에 물건을 구경하는데 여긴 편하다. 아무 매장이나 프리패스하고 제품 시착도 자유롭다. 이래서 오키나와 T갤러리가 유명한가 보다.


말로만 듣던 E사는 패스. 어차피 거기서는 구매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아니까.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애용했다는 D사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때를 잘못 만나 우리나라에서 애꿎은 구박떼기가 된 브랜드이다. 단정하며 세련된 느낌 K도 좋았는지 여러 곳에 눈길을 주는데 정작 손은 나가지 못한다. 비싸다. C사에서도 마찬가지 예쁘다 한마디 하고 이내 눈길을 옮긴다.

P사 흔하지만 사랑받는 시그니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놀래라 그 사이 가격이 두 배가 됐다. 이런 게 명품재테크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화장대에 덜렁 얹어둔 내 가방을 좀 더 애지중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알 수 없는 미소가 흘렀다. 어느새 내가 속물이 되었나 보다.


G사를 거쳐 L사에 발을 멈췄다. K의 손이 마침내 한 곳에 정착했다. 아들이 허락한 가격 근처에 속한 가방을 만난 것 같다. 예쁘다는 추임새로 품평이 이어지는 동안도 K는 망설임을 반복했다. 한 달 월급만큼 주고 가방을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K.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우리가 아니다. 명품 가방 하나쯤 구매해도 괜찮은 이유를 즉석에서 수백 가지 만들어내는 친구 덕분에 LV가방을 매만지는 K. 마침내 흡족한 미소가 피어났다.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닌 가방 이지만 K에게는 처음 누리는 사치이고 욕심이었다. 육십에 처음 가진 명품백 하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그녀 시간들이 오롯이 가방에 담겼다. 신용카드를 건네는 손끝에 아들 자랑이 주렁주렁 달렸다. 그렇게 오키나와에서 행복을 구입한 K를 위해 우리는 엄지를 세웠다. K 최고, 아들 최고.


가방 하나에 다섯 친구 오후 시간을 몰빵 했어도 아깝지 않은 추억이 됐다.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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