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순례자가 방문하는 남양성모성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시공원의 역할도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이 성지에서는 묵주알에 기대어 기도하는 신자들과 가족과 산책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성지 진입부의 너른 마당과 옛 경당에 이르는 산책로가 모두에게 열린 공원의 성격이라면 대성당을 중심으로 하는 위쪽은 종교적인 공간으로서의 아늑함을 가지고 있다.
초봉헌소는 종교적인 공간과 사회적인 공간이 공존하는 성지의 분기점에 자리한다. 성지의 자연환경 자체를 하나의 성당으로 바라본 건축가 한만원은 초봉헌소가 주변환경에 열려있도록 유리로 마감했다. 성모상 역시 건물뒤편, 창너머 외부에 두어 순례자들이 초를 봉헌하면서 바깥쪽에 놓인 성모상을 바라보도록 했다.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세면을 유리로 마감하면서 뒤편의 자연과 성모상은 건물 내부를 넘어 길까지 통하고 초봉헌소는 길의 일부가 된다.
초가 타는 봉헌소는 환기가 중요한데 별다른 설비 없이 자연 환기로 운영되게 했다. 환풍기를 두지 않고 굴뚝처럼 처리한 공간은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도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공기순환이 잘되어 초가 빨리 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바람구멍에 스테인리스를 대어 제약하기도 했다. 종교적인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초봉헌소는 유리에 비치는 바깥과 안의 풍경이 중첩되고 반사하면서 햇빛과 바람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대성당과 여러 시설을 계획하면서 변전소 규모 역시 키워야 했다. 성지의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을 땅속으로 묻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변전소의 위치가 성지 내에서 독특한 전망을 가진 곳이라는데 주목하여 전망대의 역할까지 하도록 설계했다.
이곳은 대성당과 성지 전체를 조망하는 특별한 장소가 됐다. 기능적 기반 시설인 변전소를 전망대로 활용한 데는 땅의 성격을 살펴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한만원
건축가 한만원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대성당의 협업 건축가로 대성당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고 성지 내 주요 시설물을 검토하고 계획했다.
홍익대와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을 졸업했으며 프랑스와 스위스 스튜디오 보타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6년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며 서울건축학교, 경기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HnSa 건축 대표이다. 가나아트숍, 안중성당, 우연제, M House, 왈종미술관, 한운사기념관, 파주 MAGE사옥, 삼성동 479 빌딩 등이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