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가격 이야기-가격심리학(1)

예술가를 위한 경영학, 가격 이야기

by Agatha Yi
pexels-karolina-grabowska-4968499.jpg ©Pexels.


공예인, 소규모 창작자인 우리가 참고할 만한 가격 심리학 이야기입니다.

"작품 가격 하나 정하는데 심리학까지 필요할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가격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와 직결되며, 판매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의 글에서 가격은 수시로 변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 사업을 하다 보면 가격을 자주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신중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격을 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고객의 '심리'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가격의 품격 효과 (Prestige Effect)

'높은 가격임에도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높은 가격 덕분에 잘 팔리는 것'을 말합니다.

베블런 효과, 속물 효과(snob effect)라고도 부릅니다.


예를 들어, 페라리가 1,000만 원이면 페라리로서의 위상이 사라지는 것 처럼요.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 사치재는 높은 가격 자체가 가치를 만듭니다.


이런 품격 효과는 단순히 가격만 높다고 발생하지 않습니다.

포장,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 등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2. 품질 지표로서의 가격

가격은 종종 품질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소비자는 경험이나 정보가 부족할 때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여깁니다.

고객은 일반적으로 '비싼 제품은 제조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라고 가정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제품이 생소하거나 대체제가 없거나,

급하게 구매해야 할 때, 가격에 의존해 품질을 추정하게 됩니다.



3. 가격의 플라시보 효과

똑같은 음료를 마셨을 때, 89센트보다 2.89달러라고 들었을 때

운동선수들의 성과가 더 좋았다는 실험이 있습니다.

비싸다고 느낄수록 제품의 효과나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입니다.

예술품, 공예품, 선물용 작품에서도 고객은 비싼 작품에 더 큰 가치를 느끼고 만족감을 얻습니다.

때로는 자잘한 작업 여러 개 보다, 제대로 된 한 개의 작품이 이윤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4. 가격 앵커 효과 (Anchoring Effect)

초기 제시된 가격 정보가 이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 효과입니다.

1930년대 뉴욕, 옷가게를 운영하던 시드와 해리 형제의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고객이 옷을 마음에 들어 할 때, 시드는 일부러 가게 뒤편 재단실로 가서 해리에게 가격을 묻습니다.

"해리! 이 옷 얼마였더라?"라고 물으면, 해리가 "그 괜찮은 수트 말이야? 42달러!"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시드는 못 알아들은 척하며, "얼마라고?" 되묻고, 해리가 다시 한 번 "42달러!"라고 말합니다.


이후 시드는 고객에게 돌아가 "22달러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고객은 42달러를 기준점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22달러가 매우 저렴하게 느껴져 바로 구매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자동차 전문가에게 처음 언급된 가격에 따라

중고차의 평가 가격이 크게 달라진 연구도 있습니다.

작품 가격 책정에도 고객이 첫 번째로 보는 가격이 기준점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pexels-manuel-keusch-811440.jpg ©Pexels.



5. 가격이 쓸모없어진다면?

가격을 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가 인지하는 가치 간의 균형입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가격-가치 조합을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1980년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돌연 저가 전략을 펼치다

가격 전략 실패로 고급차 시장에서 밀려났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후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신뢰를 다시 쌓아 프리미엄 브랜드로 복귀하였는데,

이 케이스는 창작자에게도 함부로 가격을 변경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줍니다.



6. 중간의 마법 (Compromise Effect)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고 중간 가격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철물점의 자물쇠 이야기를 아시나요?

어느 철물점에 자물쇠가 세 가지 가격대로 진열되어 있었다고 해요.

4, 8, 12달러 자물쇠였죠. 그 중에서 대개 8달러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간의 마법입니다.

가장 싼 제품을 고르자니 품질이 걱정되고, 가장 비싼 것은 왠지 사치같아 부담스럽고,

그래서 결국 '중간'을 고르게 된다는 것이죠.

이를 '타협 효과(Compromise Effect)'라고도 부릅니다.


적절한 가격대를 설정하고, 앵커 역할을 하는 고가 제품이나 초저가 제품을 함께 배치하면,

중간 가격대 상품의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전략입니다.


900달러짜리 작품은 단 하나도 팔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진열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500~600달러대 작품이 잘 팔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7. 희소성의 심리학 (Scarcity Effect)

'한정판', '마감 임박', '재고 소진 시 종료' 같은 표현은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한정판 판화, 리미티드 에디션, 작가의 친필 서명, 생산 수량 제한 등은 실제로 높은 가격에도 잘 팔리는 중요한 전략입니다. 창작자들에게 가장 쉬운 판매 전략이죠.






pexels-cup-of-couple-6633607.jpg ©Pexels.



가격이란 결국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야 하는 것

가격 경쟁은 사실 눈에 보이는 숫자인 가격 자체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구매 결정에서 가격은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의해 조정되니까요.

작품을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가격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절대로 당신이 가격에 대해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곳에서는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中


다음 글에서는 이어서 가격심리학 2편을 통해

창작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략을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독하게 꼼꼼한 가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