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꼭 필요한 비즈니스 이야기
"모든 시장에는 두 종류의 바보가 있다.
하나는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는 바보고,
다른 하나는 가격을 너무 낮게 부르는 바보다."
- 러시아 속담
예술가들을 위한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의 창업을 준비하며 서비스를 구상할 때,
많은 작가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돈 버는 법, 특히 가격 책정이 어려워요!"
그렇습니다. 돈 중요한 것 알지만, 어쩐지 예술가는 돈 생각하면 안될 것 같죠.
숭고한 예술에 어찌 가격이라는 숫자를 붙일 수 있겠어요. 그 거부감.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 세상 누가 배고픈 예술가의 삶을 강요합니까?
우선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아야, 아름다운 예술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예술가도 최소한의 먹고 사는 법은 알아야 하고, 그 전략을 조금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요.
가격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도구이자, 상품의 희소성과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만드는 사람(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어우러지게 한다는 것이죠.
구하기 어려운 것일 수록,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비싼 값을 부를 수 있죠.
정찰제를 통해 임시로 가격을 고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 상황, 유통 구조, 거래 상대에 따라 가격은 계속 변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 바로 '가격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Value Perception)'라는 것입니다.
즉, 고객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Willingness to Pay)을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달려있습니다. 고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면, 고객의 지불의사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됩니다.
가격은 단순히 금액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기준가격, 할인, 보너스, 리베이트
고객군별 가격 (어린이, 시니어, VIP 등)
시간, 위치, 상품주기에 따른 가격 차등
묶음판매, 옵션 가격, 부가서비스 가격
보완재 가격 (프린터와 잉크, 카메라와 필름 등)
이 외에도 도매가, 소매가, 생산자 권장가격(MSRP: 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까지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합니다. 창작자로서의 나, 업계의 여러 환경적 요인 가운데 나의 브랜드의 입지, 내 작품을 좋아해주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케이스마다 고려해야 할 요소들도 제각기 다르겠죠.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가치창조, 가치소통, 가치보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치 창조: 재료의 질, 퍼포먼스, 디자인, 기술력 등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
가치 소통: 포장, 진열, 설명, 브랜드 이미지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
가치 보존: 판매 이후에도 품질과 경험으로 고객의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를 꼼꼼히 설계해야 합니다.
경영자와 창작자 모두 가격을 설정할 때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 가격 인상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격 인상이 고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격 대신 원가절감에 집중하거나, 할인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할인은 장기적으로 수요를 왜곡할 수 있습니다.
할인에만 익숙해진 고객은 할인할 때만 구매하는 '팬트리 효과(Pantry Effect)'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격을 올렸다 내리는 전략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가격으로만 경쟁하기 시작하면 언제든 경쟁사에게 고객을 뺏길 수 있습니다.
특히, 예술품은 때때로 비싸야 더 잘 팔리는 경우도 있고,
한번 낮은 가격을 설정해두면 그 이미지가 굳어져 추후 고급화 전략이 어려워질 위험도 있지요.
가격이라는 것에 대해 나와 내 작품의 시점에서 다각도로 꼼꼼히 고민해보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살펴야 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정리해보세요.
가격이라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고심하여 설정하게 되지만 사실 빠르게 잊혀집니다.
'그 때 00플랫폼에서 쿠폰 먹여서 되게 싸게 샀는데...?'
'00뮤지엄에서 전시 보고 나오면서 샀었지...'
고객들은 구매 경험 속에서 이런 내용들을 주로 기억합니다.
정확한 액수는 공들여 책정한 수고가 무색하게, 의외로 금세 잊혀진다는 것이지요.
다만 제품의 품질과 고객의 느낌, 경험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좋은 품질은 고객의 신뢰를 얻고, 높은 가격에도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
반대로 가격은 낮췄지만 품질이 낮으면 고객의 불만이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Miele)’의 사례처럼,
창작자 역시 “내 작품은 평생 수선, 수리를 보장한다”는 신뢰를 준다거나,
높은 금액을 주고 산 만큼의 희소성이 있거나,
기성품보다 내구성이 좋다는 점을 느끼는 등,
좋은 고객 경험을 선사할 수만 있다면
고객은 가격보다 작품의 가치를 더 깊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초기에는 고객에게 '더 퍼주는'것 같고,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전략이 고객의 재구매, 재방문으로 이어지며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줍니다.
쇼핑하다보면 '맛없으면 100% 환불 보장', '우리보다 더 싼 곳 찾으면 100% 환불 보장'
이런 극단적인 마케팅 문구를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고객이 가질 수 있는 의심거리를 자신있게 소거해버리죠.
작품을 평생 수선해주겠다는 말은 이 전략과 같은 결입니다.
상식적으로 '평생 수선' 전략은 판매자에게 손해임을 모두가 알 수 있는데,
그런 전략을 내걸 수 있다는 것은 퀄리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니, 신뢰도가 높아질 수 밖에요.
실제로 공예 분야를 살펴보면, 작품의 퀄리티가 부족해서 사업이 어려워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은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에 팔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부족할 때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가격을 정할 때 단순히 원가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나의 고객, 작품의 가치, 유통 채널, 고객 관계, 재구매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가격결정의 심리학’을 통해, 예술가와 창작자가 가격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지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