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개 Jan 17. 2018

거울 속 나와의 어색한 인사

05.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거울이 두려웠던 적이 있나요?


발레를 배우기 이전, 몸 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나의 신체를 전신 거울로 들여다보는 일이 일상에서 몇 번이나 있었을까? 발레를 배울까 말까 고민하게 했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발레를 배울 때의 옷차림이었다. 전신 거울로 둘러싸인 숨을 곳 하나 없는 연습실에서 이런 민망한 복장으로 서 있어야 한다니.


발레 클래스의 기본 복장은 마치 원피스 수영복처럼 생긴 '레오타드'라는 연습복과 '타이즈', 그리고 '발레슈즈'다. 여기에서 사람마다 워머를 껴입거나, 랩스커트를 두르기도 한다.


다소 민망한 차림새지만 이는 발레의 동작을 정확하게 배우기 위해서다. 상의 속옷을 탈의하고 몸에 착 붙는 레오타드와 타이즈를 입고 있으면 지금 내 몸에 어떤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지, 몸의 수평과 수직이 바르게 정렬되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갈비뼈 밑으로 단단하게 묶은 스커트는 횡격막을 조아 갈비뼈를 수축시켜 상체가 풀업(pull up)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워머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근육의 이완, 강화를 반복하는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 신체 부상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발레 연습의 기본 복장(레오타드, 타이즈, 스커트)


한 가지 안심해도 좋을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타인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은 나만 민망할 뿐, 다른 사람의 몸을 볼 겨를이 없다. 특히나 발레 수업은 운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남들의 몸을 평가하고 있을 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 복장을 하고서 전신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가끔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선생님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에 비해, 근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내가 엉거주춤 이상한 모습으로 동작을 따라 하고 있을 때면 거울 속 나를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는 것이다. 


때문에 어른이 되어 배우는 발레의 첫걸음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내 몸은 이렇게 생겼구나'

'나는 이쪽 근육이 약하네'

'어깨 관절이 굳어있구나'

'왼쪽 발보다 오른쪽 발로 균형을 잡는 게 더 힘드네'


거울 속 내 모습을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 모습을 비약과 과장 없이 수용해야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할 지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내 몸을 바라보는 게 조금 익숙해지면, 이제는 딱딱하게 굳어있는 얼굴이 보인다. 내가 본 발레리나들의 얼굴은 이렇게 무섭지 않았는데! 발레의 동작들이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기에 표정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근육도 아니고 입술 양끝을 올리는 게 이토록 무겁고 힘들줄 몰랐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거울 속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식적인 미소를 잘도 남발하였건만, 왜 스스로에게 미소 짓는 건 이다지도 어렵단 말인가. 돌아보니 나 스스로에게는 미소를 구두쇠처럼 아꼈구나 싶다. 


이런 깨달음 뒤부터는 발레복을 입고 있는 거울 속 나에게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


발레를 시작하며 다른 무엇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보며 웃고,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한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레, 섬세함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