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 비앙 로즈> :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삶
영화 인셉션에서 인상적으로 흐르던 샹송의 주인공이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라 비앙 로즈를 부른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
파리 여행을 앞두고 내가 택한 영화는 에디트 파이프의 인생을 그린 <라 비앙 로즈 La Vien Rose>였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인 마리옹 꼬띠아르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영화로, 한 번쯤은 꼭 보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영화였다.
특별히 그녀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음색과 발성으로 누구나 귀를 기울이게 되는 목소리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담담하면서도 약간은 구슬픈 분위기로 보아 대략 그녀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있다. 슬픔이 배어 나와도 마냥 처량하거나 청승맞지 않은 강한 힘.
대부분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불안정한 유년기를 겪으며 성장한 에디트 피아프에게 인생은 안전하고 완전한 행복을 선사하지 않는다. 그녀의 일생은 사랑과 즐거움을 누리다 다시 더 큰 것을 빼앗기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다.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나 글을 보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행복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아닐까. 행복은 우리가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삶의 길목마다 스스로 포착하고 발견해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가혹한 운명처럼 여겨지는 삶에도 행복은 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순탄한 삶에도 슬픔은 있다. 인생은 파도처럼 굽이치는 것이고, 끝없는 능선을 오르내리는 것이기에, 그 깊이와 굴곡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인생에는 슬픔과 기쁨, 우울과 행복, 상실과 성취가 반복된다. 극렬히 저항하더라도 계속해서 파도는 밀려올 것이고,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생길 내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에디트 피아프는 비극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노래할 뿐이다.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부른 노래 속에는 그녀의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Ni Le Bien Qu'on M'a Fait,
사람들이 내게 행복을 주었든 불행을 주었든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그건 모두 나와 상관없어요.
Je Reparas A Zero
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예요.
- * "Non, je ne regrette rien 중"
행복해지려 애쓰지 않고, 숱한 실수와 어긋난 선택에도 후회하지 않는 태도.
인생을 살면서 기쁨과 슬픔이 찾아오는 순간마다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삶.
<라 비앙 로즈>를 보며 그런 삶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인생의 굴곡을 담담하게 견뎌 낸 한 사람의 깊은 내공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 가사 해석 출처: http://blog.daum.net/elstoa0719/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