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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임줌마 Apr 26. 2024

핸드폰 내 거?.. 아.. 내 거!...

오늘 아침 비가 오는 출근길이었다.

걸음이 빠르고 파워 워킹을 걷는 나는 바닥에 고여있는 비와 물웅덩이를 거침없이 밟는다.

옷에 잔뜩 묻은 물을 확인하려 문 닫힌 핸드폰매장의 쇼윈도를 바라보다가 문뜩 13년 전이 떠오른다..



시간 : 때는 바야흐로 14년 전!

장소 : 시댁 거실(모두가 핸드폰을 보는 중!)




핸드폰 약정 기간도 다 되었고 최신 기종이 눈에 들어오던 그 어느 날

(그때는 얼리어답터 버금가던 시절이었지..)

핸드폰을 구입하려 나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

쎄... 하다 어머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왜 전화를 하셨는지


"어~ 나랑 아빠도 핸드폰 바꿀 거야 같이 가"


이 말은... 즉.. 같은 걸 구입하시겠다는 말씀이시다.


14년 전 그땐 몰랐다!

그러나 이제 난 안다!! 연애 6년+결혼 15년.. 도합 21년을 어머니를 지켜보며 살아온 난

그 말뜻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같은 핸드폰을 구입해야 설명서를 보는 수고스러움도 없고,

핸드폰 작동법을 몰라도 고객센터 직원 급으로 '네~ 고객님'

명쾌한 설명을 해주는 내가 있으니...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밥을 먹고 다 같이 거실에 앉아서 각자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남편도 남편 핸드폰을

아버님도 아버님 핸드폰을

나도 내 핸드폰.. 을.. 어?? 어디 갔지..

어머니가 내 핸드폰을 보고 계신다!!....

헉!! 내 핸드폰 바탕화면에 내가 설정해 놓은 앱을 삭제하고 계신다..

그것도 아주 당당한 손터치로 부드럽게 휴지통으로 골인!


(혈압 주의! 뒷목 주의!)

이 상황 나만 이해 안 감?

이해 가시는 분 손들어주세요~~~~~~~!!!

사람이 너무 당황을 하면 모든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들죠

누가 나 좀 땡! 해줘요~


얼어있는 나를 본 남편은 어머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결심한 듯 어머니에게 한마디 한다.

(그래 그렇지!!)


"엄마! 그 핸드폰 누구 거야?"

(아오~참으로 명쾌하다 아주.. 속 터져)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어~ 우린 이렇게 밖에 나와있는 거 못 봐! 정신없어"


어머니~~ 저 보이세요~~ 그거... 제 핸드폰인 거.. 알고 계시죠?




시간이 지나 그때를 돌이켜 본다.

"싫어요!" "안 돼요!" "도와주세요!" 유치원생들도 이렇게 배우고 말한다.

난 유치원 형님들 만도 못했다.

계속 생각하면 이불킥만 할 뿐 달라질 건 없다.

말 못 한 나 자신을 자책만 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웃어보자!


그래 그래 어머니는 그냥 답답한 게 싫으셨던 것뿐이야 하하하

내가 또 꽁했지 모야 하하하

그까짓 거 앱 다시 깔면 되지, 다시 세팅하면 되지 하하하

하마터면 속 좁은 거 들킬 뻔했네~ 하하하하하!!!!!

어머니 사랑합니다!!



더 뒷목 잡는 이야기로 곧 돌아올게요~^^

(괜찮아요~^^ 아직도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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