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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임줌마 Apr 26. 2024

이놈의 양송이버섯! 모두 뒤집어 버리겠어

신혼 때는 벽지 누레질까 봐 시도조차 안 하던 '거실에서 삼겹살 굽기!'

15년이 지난 지금은 아이들과 신명 나게 고기판을 벌린다.

삼겹살은 빠르게 없어지지만 양송이버섯은 물이 차오르다 이내 말라버린다.

말라가는 양송이버섯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때가 떠오른다!




시간 : 때는 바야흐로 13년 전!

장소 : 시 삼촌 댁(지금은 삼겹살 파티 중!)




첫째를 임신하고 막달을 얼마 안 남기고 있는 어느 날.

어머니의 셋째 동생이신 시삼촌 댁에서 삼겹살 파티가 한창이었다.

만삭이라 숨도 가쁘고 뒤뚱뒤뚱 걷던 그 시절.


남편은 근무 중이고 시부모님 따라 삼촌 댁에 방문했다.

(난.. 그곳을 왜 갔는가... 남편.. 넌 왜 출근을 했는가...)

굉장히 빠르고 건조하게 서로 인사를 하고

"먹자!"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다 (준비.... 땅!!)


난 무거운 몸을 오른쪽 왼쪽 테크노 춤출 듯 움직이다가 간신히 바. 닥. 에 앉았다!

삼겹살은 자고로 바닥에 신문지 깔고 먹는 게 진리인걸 알지만...

난 만삭인데... 어느 누구 하나 날 도와주지 않는다.

옴마야~ 나.. 이따가 어떻게 일어나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자!!

삼겹살도 노릇노릇~ 익어가고, 구색을 맞추기 위한 양송이에도 물이 차오르고 있는 그 순간

둘째 이모님(어머니 여동생)께서 말씀하신다.


"언니~ 뭐 해! 예쁜 며느리한테 양송이 하나 먹여주지 않고"

(둘째 이모님 나이스!!)


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양송이는 어머니 입속으로 직행한다.

(난 하품한 척 재빠르게 입을 다문다.. 민망함은 집에 가서 느끼는 걸로~)

그러고는 한마디 남기신다!!


"야~ 늙은 내가 먹어야지, 젊은 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이 먹겠니"




어머니는 우리 신랑과 20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굉장히 젊은 시어머니이시다.

(그 당시 50대 초반이심!!)

자식이 먼저인 헌신적인 우리네 어머니 상과 전혀 다른 길을 가시는 분이시다!

(MY WAY.. 존경합니다~)

통닭에 날개가 2개인 걸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 어머닌! 당당하게 2개를 드신다! 그것도 빛의 속도로!

왜? 본인이 날개를 가장 좋아하니까~~~~~(안물 안궁)

쉿! 우리 집은 모두가 날개를 좋아한다! 안 비밀!

나. 도. 날. 개. 조. 아. 한. 다~~~(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후로도 닭 날개는 콤보정도는 시켜야 구경할 수 있다.


우리 큰 아이가 닭다리 킬러다.. 얘도 빠르다! 친탁을 한 게 분명하다!

(하... 닭다리도 좋아하는데...)

난 우리 신랑이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 사람도 닭다리 닭날개 좋아하더라... 20년 만에 알았다!

(미안 여보!!)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상황을 너무 의식했던 건 아닐까?

불편한 시댁 모임에 거절 못 하고 간 것도 나!

만삭이어서 힘들다고 좀 도와달라고 말 못 한 것도 나!

양송이가 물 차오르기 전 먼저 집지 못한 것도 나!


그래~ 그래~ 양송이버섯 그 물!! 그냥 99% 그냥 물 이래~

그 의미 없음을 우리 어머닌 아셨던 거야~ 맞지 하하

알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입에 다 드셨을 거야~ 하하

행여나 그 물에 며느리 입천장 델까 봐 걱정되셔서 그랬을 거야~ 하하

(참고로 입천장 까질 때까지 먹는 게 제맛인 걸 아는 나!!)

어머니 사랑합니다!!



재미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괜찮아요~^^ 나 조금만 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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