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말은 6학년이 한 말입니다.
1. 우리 큰딸의 태명입니다.
2. 분명 웃고 있는데 엄마가 왜 화났냐고 묻는답니다.(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나는 파워 'E' 완전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친구도 많고 아는 선후배도 많고 직장 동료 및 심지어 이사 다니며 알게 된 이웃들과도 오래 연락을 하고 지내는 타입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도 문화센터나 동네에서 만난 엄마들과도 아주 친하게 지내며 살고 있었다. 신랑이 조만간 내가 동대표를 할거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외향형에서 완전 내향형으로 바뀌었다..
그냥 혼자 있고 싶다... '사람'에게 에너지를 받았다면 언젠가부터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피하고 싶어졌다. 에너지가 없으니 무기력하고 일상이 늘 똑같다. 분명 바쁘고 몸은 고단한데.. 정신은 무료하고 재미가 없다.
큰 아이는 대형학원에 다닌다. 학원 특성상 많은 인원이 수업을 함께 하고 그 안이 또 다른 세상이다. 한 번이라도 더 손을 들고 목소리를 내야 그 문제를 알고 넘어갈 수 있다. 우리 추석이는 집중받는 걸 싫어한다. 그러니 손을 들어 시선 집중이 될 바에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지금 반 친구들과 간신히 한 두 명 친해진 것 같은데, 반이 바뀌어서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또다시 적응해야 한다.. 걱정은 됐지만 이 또한 추석이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내 무기력함처럼 아이가 사람으로 인해 신경 쓰는 일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내 질문이 부담이 될까 싶어 최대한 말을 아끼려 하지만 오늘도 말이 튀어나갔다.
"추석아 오늘은 학원에서 어땠어? 친구랑 대화 좀 했어?"
"부끄러워도 친구한테 말 좀 걸어봐 심심하지 않아? 쉬는 시간에 친구랑 음료수도 마시고 하면 좋지 않아?"
(걱정돼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추석이가 한마디 한다.
"어차피 스쳐 지나갈 인연"
덧붙이기]
생각보다 추석이의 맨탈은 강했다. 얼마 전 추석이 학교 준비물을 내가 퇴근길에 사 왔어야 하는데.. 정신없어서 깜박했었다. 너무 미안하고 걱정이 된 나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오히려 추석이는 한마디 내뱉는다.
"어쩔 수 없죠"
어쩌면 나보다 그릇이 큰 아이에게 부모라는 이유로 한마디 하면서 그럴싸한 척한 게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