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아이가 초밥이 먹고 싶다고 뷔페를 가자고 한다.
우리 가족은 4명이지만 길 건너에 시부모님이 사시고 모~~ 든 활동을 함께 한다.
생활공간은 다르지만 왠지 모르게 함께 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내고 있다.
뷔페를 가니 문뜩 12년 전이 떠오른다..
시간 : 때는 바야흐로 12년 전!
장소 : 초밥 외 가성비 좋은 뷔페식당(시이모님, 시어머니, 나, 돌 지난 큰아이)
신랑은 주말도 없이 일을 하는 현장 시공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교 캠퍼스 커플이었던 우리는 6년을 연애했다.
"우리 뭐 안 하니?"라는 나의 한마디로 6년의 연애 마침표를 찍고 결혼을 했다.
그때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주말도 없이 독박육아를 하게 될 줄 알았다면...
오늘도 독박육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똑같은 벨소리인데 쎄~한 느낌! 우리 어머니다!
"어 안 바쁘지?"
(보통 "바쁘지?"라고 묻지 않는가? 우리 어머니 화법이다)
"이모랑 밥 먹으러 갈 거니까 내려와"
나의 상황 따위는 애초 중요하지 않으시다. 지금 이 순간 오로지 식당을 향한 발걸음뿐.
돌이 갓 지났지만 남다른 발육으로 3살 같은 몸무게를 소유한 우리 큰딸은
누가 봐도 뛰어다닐 것 같지만 아직 애기띠에 매달려 있는 개월수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뷔페존과 가장 멀고 먼 테이블로 도착을 했다.
그 당시 난 장롱면허 소유자였으므로
우리 집에서 뷔페까지 버스 두 번 타고 식당에 가야 했다.
(잊지 말자. 3살 무게의 우리 딸이 나에게 매달려 있다.)
그렇게 힘겹게 도착했고, 아기의자에 아이 앉히고 잠시 숨 돌리기까지
어머니는 맡은 편에 앉으셔서 나를 보고 계신다. 그냥 보고만 계신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음식을 가져다주길 기다리시는 거다.
(놀라지 말자! 그 당시 우리 어머니는 50대 초반이셨다)
신혼 때 모든 상황에 잘하고 싶고 잘 보이고 싶었던 난 뷔페에서도 1차 음식을 가져다 드리곤 했었다.
그때부터 꼬였다... 이게 다 내 잘못이다...
이 상황을 본 시이모님이 한마디 하신다.
"언니 안 움직이고 가만히 앉아서 뭐 해? (이모님 사랑합니다!)
애기띠도 어깨끈만 푼 채로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급하게 가지고 와서
일단 아이부터 먹인다. 어느 정도 먹었는지 입에 물고 있기 시작하면
그때서 난 내 음식을 가져다 먹는다.
내 앞에 있는 나의 음식을 서서히 맛보려는 순간
내 접시 위로 무언가 물컹한 게 올라온다.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생선찜 같은 그런 음식이었다.
그 배달의 민족은 우리 어머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한입 드시고 "별 맛이네"라는 말과 함께
앞에 있는 내 접시에 올려놓으신 거다. (이거.. 버린 건가요?)
시이모님 : "맛없다며 그걸 왜 쟤 접시에 올려?"
어머니 : "얘 먹어보라고, 맛없으면 안 먹으면 되지"
새로 한 따뜻한 음식도 내 입에 안 맞으면 반갑지 않은 것을...
심지어 한입 베어무시고 맛없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그 음식이 내 접시 위로... 하...
앞머리가 부스스한 내 모습도
땀에 절은 내 티셔츠도
온갖 음식이 뒤섞여있는 내 접시도..
구질구질했던 하루였다...
12년이 지난 지금
내 접시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으로 채워지고
어머니의 접시는 본인이 직접 가져오신 음식으로 채워지며
더 이상의 먹던 음식이 내 접시로 올라오는 일은 없다!
그래 그럼 됐지!
그래~ 그때 그 물컹한 생선찜 나한테 버리신 게 아닐 거야~
그래~ 맛 한번 보라고 나에게 주셨을 거야~
표현 방식이 독특했던 거야 그래 그런 거야
어머니 사랑합니다!!
저 울고 있나요?~
(괜찮아요~^^ 이건 울일도 아닌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