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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Jan 17. 2021

물닭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와 산새  5


최근 안동의 낙동강이나 반변천에 겨울마다 계절을 알려주는 철새로 가장 먼저 오고 개체수도 많은 새는 물닭이다. 물닭은 통통한 몸집에 까마귀처럼 새카만 머리와 회색의 몸체, 빨간 눈, 흰 이마 그리고 밝은 연분홍 부리를 가졌다. 이 새가 머리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 흰 이마와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부리가 검은 몸체를 배경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 주는데 이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물닭이 오리 종류와 가장 다른 특징은 발가락의 모양이다. 청둥오리나 비오리 같은 오리 종류들은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서 헤엄칠 때 유리하다. 물닭의 발은 닭과 같이 물갈퀴가 없다. 이들이 겅충겅충 뛸 때는 마치 커다란 장닭이 뛰는 것 같다.



물갈퀴가 없으면 물에 떠 있는 상태에서 하늘로 날아오를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날 수가 없다. 한참을 도움닫기로 달려야 한다. 물갈퀴가 있어야 물을 박찰 때 저항이 커서 하늘로 오르는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무리의 물닭들이 날아오르기 위해 물 위를 내달리는 것은 마치 육상선수들의 트랙경주를 보는 것만큼 장관을 이룬다.      


물닭들이 물 위에 떠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 머리를 반복적으로 앞으로 꺼떡꺼떡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모양은 무척 코믹하게 보이는데 이 역시 물갈퀴가 없어 발로 물질하는 것으로만 앞으로 나가는데 힘이 부치는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도 이들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것은 발가락이 완전히 닭처럼 된 것이 아니고 발가락 양 옆으로 약간의 폭을 가진 넓적하게 붙어 있는 판족이라는 것이 있어 헤엄을 치거나 물속을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안동지역에서 자란 나이 든 사람들이 어린 시절 닭 대신 물닭을 잡아먹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이를 보면 이 지역 낙동강이나 반변천 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겨울철 영양 공급원이기도 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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