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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Jul 24. 2021

마야에서 잉카로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29

페루는 칸쿤에서부터 나를 힘들게 했다. 칸쿤 공항은 크고 복잡하고 시스템은 이용자를 매우 번잡스럽게 했다. 내가 멕시코 공항에 익숙치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곳은 내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내가 산 비행기표는 콜롬비아의 아비앙카 항공사의 것인데 인터넷으로 구입한 표를 컴퓨터에서 프린트해야 항공사 데스크에서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컴퓨터는 모두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도대체 어디에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몇 번 실패한 끝에 결국 옆에서 항공권을 출력한 젊은이에게 부탁해서 겨우 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출국 수속을 하는 항공사 데스크에서 발생했다.


내 표를 들여다 보던 항공사 직원은 왜 돌아오는 표가 없냐고 물었다. 나는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가기 때문에 편도로 끊었다고 했다. 직원은 볼리비아로 가는 표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고 나는 버스로 출국하기 때문에 표가 없다고 하고 다시 직원이 버스표를 보여달라고 하고 내가 2주일 뒤의 버스표를 지금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하고 지루한 말싸움이 계속되었다.


칸쿤 공항 대합실에서의 셀카


아마도 불법체류자를 거르기 위한 듯 생각되는데 관광객에게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구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이든 아시안의 초라한 행색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결국 페루의 어느 도시에서 언제 볼리비아로 출국하는가를 적어놓은 일정표까지 보여주어야 했다.


그 직원은 중년 여성이었는데 알 수 없는 서류 한장을 내주면서 공항 내의 출입국관리소에서 도장을 받아오면 수속을 완료해주겠다고 했다.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서 기다린 끝에 나는 드디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직원은 보지도 않고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내 가방은 콘베이어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고 나도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칸쿤에서 리마까지는 다섯 시간이 걸렸다. 리마에 내린 것은 8시가 다 되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마야를 떠나 잉카로 들어왔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내 머리 속의 마야와 잉카는 이렇게 먼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두 세계는 대륙을 달리할 만큼 멀고도 멀었다.


구도심의 중심 도로변의 작은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선 리마 거리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거리의 표정도 밝았다. 무엇보다도  멕시코처럼 덥지 않았다. 어쩐지 잉카는 마야보다 더 밝고 또 오랜 여행의 피로를 덜어 줄 것 같았다.

호텔 앞에서 본 리마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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