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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Dec 08. 2021

푸노 가는 길가 풍경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41

길 떠난지 34일째, 3월 25일이다. 어제 잉카 트레일을 끝냈지만 충분히 쉬지 못했다. 트레킹의 피로는 오늘 푸노 가는 버스에서 풀어야 한다.


쿠스코에서 푸노로 가는 길은 기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푸노는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국경도시로 쿠스코에서 동남쪽으로 약 4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와 맞먹는 길을 버스는 8시간 40분을 가야 한다. 기차도 있다는데 10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아침 8시 10분에 출발한 버스가 푸노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거의 되어서였다. 푸카라라는 곳에서 잠깐 쉰 것을 포함하여 아홉 시간 가까이 버스 안에서 앉아 있었으니 몸이 피곤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은 지루할 틈이 별로 없었다. 버스 양쪽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정말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도로는 거의 눈 싸인 산봉을 양쪽에 둔 고원 지대를 달린다. 쿠스코가 3350미터 정도이고 고원은 대체로 해발 3500미터 내외인데 푸노가 해발 3800미터가 넘는다고 하니 점차 오르막길인 셈이다. 중간에 가장 높은 곳은 해발 4300미터를 넘는다고 한다.


그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설명할 길은 없고 그냥 눈앞에 잠깐씩 정지시킨 이미지를 늘어놓는 것으로 글을 대신하고자 한다.


길 옆의 녹색 언덕의 배경으로 서 있는 눈 싸인 산 줄기가 이곳의 지리적 환경을 대변해준다.
초원 위에 작은 마을이 보이고 그 위로 거대한 만년설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다.


묘지들이 이따금씩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다. 예쁘게 꾸며진 묘지들은 죽음을 아름다운 생의 과정으로 깨닫게 한다.
잉카 트레인의 기차가 지나간다. 쿠스코와 푸노를 잇는 티티카카 열차이다. 다음에 이곳에 올 기회가 있다면 기차를 타고 싶다.
초원을 지나면서 이런 아름다운 목장 풍경을 자주 만나게 된다.
저렇게 예쁘게 차려 입고 어디를 가는지. 저 의상은 아마도 예쁘게 차려입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생활복일 것이다.
황량한 풀밭과 부드러운 곡선의 민둥산 그리고 그 뒤에 버티고 선 험준한 바위 병풍을 이고 있는 능선들이 구름 덮인 하늘과 함께 4차원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양치는 여인. 야마와 면양이 섞여 풀을 뜯는 것이 흥미롭게 보인다. 야마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해발 4000미터보다 높은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손에 들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무슨 풀 같은데 마치 티베트 사람들이 마니차를 돌리며 길을 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유채밭 풍경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아름답고 친근하다.
흙벽에 그린 광고가 자연과 어울려 예술작품이 되었다.
풀잎 지붕을 이고 있는 무너져가는 토담집이 이곳 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긴 담과 그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지붕에 흰 담 그리고 큰 십자가 있는 건물이 푸른 풀밭과 뒤의 검은 산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어울린다. 아마도 공동묘지일 것이다.
농가인지 창고인지 알 수 없는 집 뒤로 푸른 풀밭의 능선이 뒤의 붉은색 산의 급경사면과 어울려 그림이 되었다.
멀리 능선을 비춘 햇볕이 흰 구름 아래 마치 조명받은 무대 장치처럼 아름답다.
소치는 아낙네. 이곳은 어찌 들판에 여자만 보이는지.
푸른색 지붕 위로 솟은 철제 십자가가 인상적인 묘지
유채 가득한 안데스 고원의 벌판
강물과 구름이 만든 데칼코마니


#쿠스코 #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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