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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Dec 26. 2021

티티카카가 만든 푸노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42

호수가 만든 물의 도시


푸노라는 작은 도시는 티티카카 호숫가에 있는 대표적인 도시로 볼리비아와의 국경에 위치한다. 뿐 아니라 푸노 앞에 펼쳐진 바다처럼 보이는 티티카카 호수도 호수를 비스듬히 가르는 국경선에 의해 볼리비아와 나누어 소유하고 있다.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여행자나 또는 그 반대로 페루로 넘어오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 도시에서 머무는 것은  호수에 떠 있는 우로스라는 섬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나도 우로스라는 섬을 첫 번째 방문지로 정하고 우로스 섬이 바로 보이는 호숫가의 언덕의 호텔을 예약했다. 예상대로 호텔 창문으로 보이는 호수의 풍광과 우로스 섬 그리고 섬과 호텔이 있는 언덕 사이에 조성된 갈대숲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고 있었다.


호텔 창으로 내다 보이는 티티카카 호수와 갈대로 만든 인공섬들


호텔은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어서 체크인을 하고 다시 저녁식사를 위해 시내로 나왔다. 시내 구경은 저녁식사 후에 아르마스 광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끝냈다.  어느 도시에서나 아르마스 광장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성당이 있다. 푸노에도 일반적으로 푸노 대성당으로 부르는  산후안 성당이 있다. 1669년 건축이 시작되어 1757년 정면이 완성되고 전체 건물이 완공된 것은 1794년이라고 하니 1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건축물이다.  


유럽 또는 유럽인들이 진출한 곳을 여행하면 지겹도록 보는 것이 성당 건물이다. 푸노처럼 작은 도시에 있는 성당도 어느 유럽의 도시나 남미의 대도시에 있는 성당 못지않게 오랜 기간에 걸쳐 당시 최고의 기술과 예술적 기량을 다해 지었다는 것을 보면, 이들의 신에 대한 경외심은 내가 그들의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가벼이 지나칠 수 없게 하는 힘을 가졌다.


검푸른 빛의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대성당은 양쪽의 종탑 부분의 폭이 두터워 아주 육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마치 하늘의 무게가 성당에 담겨 속세를 짓누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산 후안 푸노 대성당


푸노에는 이 지역의 유일한 국립대학이 있다. 1856년에 설립된 알티플라노 국립 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l Altiplano)가 그것이다. 시내 거주인구가 약 50000명 쯤 된다는데 이 대학의 학생이 3000명이라니 대학이 푸노에서 차지하는 사회 경제적인 비중은 대단히 크다 하겠다. 더구나 대학의 역사가 165년이나 된다는 사실은 페루의 교육과 문화 수준이 역사의 깊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호수 가에서 본 푸노 시. 산의 경사면에 건설된 도시라서 멀리서 보면 마치 상자를 쌓아놓은 듯 보인다. 왼쪽 사진의 높은 빌딩은 알피플라노 국립대학이다.


잉카의 탄생지 티티카카


티티카카 호수는 수면의 해발 높이가 3800미터나 된다. 자료를 찾아보니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본 호수 중 티베트의 남쵸 호수는 수면이 해발 4800미터에 위치하고 있어 그것은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 어떤 자료에는 세계에서 항해가 가능한 호수로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미에서는 가장 큰 호수이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2000톤 이상의 배가 티티카카를 항해한다고 하니 호수의 규모와 페루나 또 호수를 공유하고 있는 볼리비아에서 이 호수가 갖는 화물 수송에서의 기능도 매우 큰 것임을 알 수 있다.


호수의 갈대숲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


그러나 잉카문화를 일군 이 땅의 원주민들에게 이 호수는 단순히 수상교통이나 화물수송 등에서의 가치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호수는 잉카문화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고 그만큼 잉카의 후예들에게는 신성한 호수로 인식되어 있다.


잉카인이 이곳에 정착하기 이전에 티티카카에는 상당한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음이 수중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수중 유적은 사원의 일부로 알려졌는데 마을의 흔적이나 도로, 계단식 경작지, 석축 등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유적을 만든 사람들은 대체로 여기서 멀지 않은 볼리비아의 티와나쿠 사람들로 AD 1000년에서 1500년 사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호숫가를 산책하면서 만난 새들과 동물


천년이 지나는 동안 호수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음도 알 수 있다. 그것은 호수로 들어오는 물만 있고 빠져나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수위가 낮아져서 이 지역의 환경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호숫가 갈대밭에서 갈대를 채취하는 사람들


거기에 호수 주변의 도시로부터 폐수의 유입이나 폐기물들의 투입이 많아져 호수의 오염도 심각하다고 한다. 호수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 문화적 가치가 사라질 우려가 있고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문제도 심각한 단계에 있다고 한다. 지나가는 여행자의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경관 만으로 호수의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았으면 한다.  


호숫가에 꽃밭을 이룬 듯 펼쳐진 야생화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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